(앵커)
5.18 당시 숨진 누나를 그리워하는 글이
최근 광주의 한 지하철 역에 붙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넘었지만,
유족들의 가슴에 새겨진 한은
어쩌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천홍희 기자입니다.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옛 전남도청입니다.
이곳에 있는 문화전당역 3번 출구에
최근 메모지 9장이 붙었습니다.
"벌써 5월이 됐다"며 시작한 글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누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습니다.
자신을 58살 남성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누나 때문에 결혼도 못 했다"며
누나는 하늘에서 시집을 갔는지 묻습니다.
5.18 당시
"누나가 나가는 걸 말리지 못해
지금도 후회한다"는 대목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서도
누나를 잊지 못하는
동생의 애절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글쓴이는 "많은 사람이 희생을 기리며
누나를 생각한다"며
"누나한테 편지가 가기 전에
비가 쓸어 갈까 봐 여기에 쓴다"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주 초쯤 붙은 것으로
보이는 이 메모지들은
연휴 때 내린 비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글을 읽은
시민들이 남겼던 메모지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518 때 숨진 누나를
그리워하는 메모를 본 시민들은
518 희생자를 추모하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누나분이 하늘에서
동생분 웃는 모습을 기대할 것"이라며
글쓴이를 응원했고,
또 다른 시민은
"나라와 광주를 사랑하셨던 희생자분들을
잊지 않고 찾아왔다"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 박우리 / 광주 서구 쌍촌동
"지금의 저라면 상상도 못할 것 같고,
그분들이 있었기에 저희가 지금 자유롭게
공부도 하고 꿈을 꿀 수 있다고.."
오월어머니집에서도
시민들이 남긴 메모를 보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마음에는
풀리지 않는 한이 있다며
매년 더 나은 5월을 꿈꾼다고 말합니다.
*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저도 (5.18) 당시 오빠가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정말 저의 일 같아서 눈물이 나려고 그러고,
어떤 마음으로 광주를 찾아와서 저 작지만, 저 쪽지를 붙였을까.."
5.18 항쟁이 일어난 지 어느덧
44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아픔을 잊지 못한
오월 유가족과 광주 시민들에겐
그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