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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뉴스데스크

'자연재해 책임이 농민에게?', 정부 기조 바꿔야

(앵커)
이번 태풍 힌남노 같은 자연재해에서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업을 지킬 사실상 유일한 안전장치인데도,
여전히 농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비 지원을 확대하는 대신
농민들의 부담으로 재해보험을 지탱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양현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농사가 갓 시작된
해남군의 가을배추밭입니다.

채소값에 대한 기대감 속에
재배 면적은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올해부터 가을배추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됐지만,
가입률은 22%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보험에 가입한 배추밭의
절반 가량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나머지 보험 미가입 배추밭은 농민들이
고스란히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 합니다.

*서정원 / 배추농민
"뿌리가 꺾여서 양분이 못 올라가면서
고사가 모두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1년 2개 작목으로 시작됐던 농작물
재해보험은 올해 67개 작목까지 확대된 상태.

하지만 보험가입률은 벼와 배가 70~80%를
상회하는 반면 대파는 20%대에 머물며
작물별 편차가 큽니다.

전남의 경우, 올해부터 전체 보험료 중
농민은 10%만 실제 부담하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가입률은 매년 그 수준.

농작물 재해보험은 까다롭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성실 대표 / 신안배영농조합법인
"지금 (보험사) 피해조사가 끝나야만
좋은 것을 골라서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보다시피 좋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최근 5년간 전남에서 지급된
농작물 재해보험금은 6천4백억여 원.

이 가운데 80%가 2018년에서 2020년사이
발생한 자연재해에서 비롯됐습니다.

보험사의 손해율이 커진 뒤 보험체계가
바뀌었는데, 농민들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자연재해의 귀책 사유는
하늘에 있지만, 농민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면서
보험료 할증률은 작년부터 30%에서 50%로
높아졌습니다.

보험가입금액 산출기준,
과수농가에서 열매를 솎기 전 발생한
피해보상 비율, 보험금의 자기부담 비율 역시
2020년부터 농민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악화됐습니다.

*정원진 식량원예과장/전남도청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농업인의 귀책사유라기
보다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이기 때문에 정부가
좀 책임감을 가지고"

무엇보다 국비지원 확대 대신
할증률을 높여 재해보험을 지탱하려는
현재의 정부 기조로는 날로 커져가는
자연재해 위험에 대응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MBC뉴스 양현승입니다.
양현승
목포MBC 취재기자
목포시, 신안군, 심층취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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