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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맞이하는 달방촌의 명절.."이제는 혼자가 편해요"

김초롱 기자 입력 2024-02-11 22:14:14 수정 2024-02-11 22:14:14 조회수 1

(앵커)
광주 도심에는 
낡은 모텔이나 여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들이 있습니다.

달마다 돈을 내고 머물 수 있도록 한
달방이 모인, 일명 '달방촌'인데요.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이곳에는 어느새 홀로 맞이하는 명절이
익숙해진 이들이 있습니다.

김초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광주 동구의 한 여관에 사는 
만 63살 정 씨.

8년째, 달마다 세를 내는 달방살이 중인데,
공사 일용직을 전전하던 것도 
지난해부터는 일이 끊겼습니다.

수급자 신청까지 하게 되자, 
조카들에게 줄 용돈마저 부담돼,
올해는 혼자 떡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 정 씨 / 광주 동구 (음성변조)
"(조카가) 8명이나 돼요."
"챙겨주는 게 부담되니까 안 가게 되고요?"
"몹시 부담이 가요. 내가 나이가 먹으니까."

근처 모텔 달방에 살고 있는 61살 김 씨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6제곱미터 남짓한 방은 
바닥에 불도 들어오지 않아,
추운 겨울을 전기장판으로 버텨봅니다.

혼자 설을 보낸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합니다.

* 김 씨 / 광주 동구 (음성변조)
"혼자 있는 것이 좀 편하더라고요.
형제간에도 조금 없고 그러면 멀어지잖아요.
왜냐하면 서로 살기가 팍팍하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가족, 친척들과 점점 거리를 두게 된 것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족이 그립습니다.

* 윤 씨 / 광주 동구 (음성변조)
"뭐 (특별하게) 보낼 게 있습니까.
집에서 텔레비전 보고 그냥. 외로움을 많이 느끼죠.
가족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또 여기서 또 느끼죠."

광주 도심의 달방촌에는 
낡은 모텔과 여관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고,
문 마다 '월 20만 원'이 쓰여 있습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애써 견디거나 
홀로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는
이웃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개별 화장실마저 없는 쪽방도 있는데,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쪽방 거주자 절반이 '가족이 없다'고 답했고,
10명 중 7명이 '가족이나 친척을
방문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재정 악화가 사회적 고립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이들의 자립과
건강한 삶을 돕는 
세밀한 정책 강화가 필요합니다.

MBC 뉴스 김초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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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롱
김초롱 clkim@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정치행정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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