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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검찰 요청 잊어버렸다"... 수사 지연된 황당한 이유

(앵커)
주민 다섯 명이 숨진 곡성 산사태 사고와 관련해
앞서 전해드린 적 있죠.

권한도 없는 기관에 감정을 맡겨
재판에 넘겨지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취재진이 검찰로부터 처음 감정 요청을 받은
공단 관계자를 만나봤습니다.

오랜 기다림에 시달린
피해 주민들의 절박함과는 달리
해당 공단의 답변은 너무도 황당했습니다.

임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집중호우가 내렸던 지난 2020년 8월 주민 다섯 명이 숨진 곡성 산사태 사고.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고 8개월 만에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을 내려 수사를 중단했습니다.

전문 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남동부지사 감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검찰로부터 처음 감정 요청을 받았던 당시 전남동부지사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조사 불가' 입장을 내는 데 긴 시간이 걸린 이유를 물었더니
검찰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몰랐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 전남동부지사 관계자/ 음성변조
"이제 검찰에서 연락이 오지 않길래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언제까지 당신이 자문해 주세요. 자료를 다 주면서 안 해주면
우리는 수사는 이건 중지됩니다 그때까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산업재해가 아닌 주민이 숨진 사고여서 감정할 수 없다며 고사했지만,

검찰 수사관이 개인적으로 요청을 해와
본인이 소속된 전남동부지사의 관할 지역도 아닌
곡성 산사태 감정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이 기간동안 검찰은 사건 자료를 제공한 적이 없고,
열 달이 지나서야 관련 진행 상황을 물었을 뿐입니다.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 전남동부지사 관계자/ 음성변조
"주소가 어디인지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어느 사업장인지도 모릅니다.
(감정 요청 후 열 달 뒤) '왜 지금 연락을 주십니까?' 그랬더니
(검찰 수사관이) 내부에 여러 가지 일이 바쁘고 인사 이동 때문에
아마 이제 다 아마 처리를 하는 모양입니다(더라고요.)"

검찰은 '검찰 사건 사무 규칙'에 따라 기소 중지를 결정했으면
그 사유가 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유의하게끔 돼 있습니다.

즉, 곡성 산사태의 경우 전문기관 감정이 필요했다면
수사를 끝내기 위해 진척 상황을 면밀히 살폈어야 한다는 겁니다.

* 김경은 변호사
"만약 사실 조회라든지 감정회신이 오지 않을 경우 꼭 확인을 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미진하지 않았나.."

추가 감정과 피의자 소재 파악 등을 이유로
기소 중지 결정이 내려지는 건 한 해 20만 건 이상입니다.

기소 중지가 됐다는 설명도 못 듣고,
면담을 요청할 때마다 사실상 문전박대 당했다던 유족들.

* 나경수 / 유족
"저희가 검찰 면담 요청을 해서 이루어진 게 두 번 정도 있고
만났을 때 하는 이야기는 똑같습니다 항상. 수사 진행 중이니 수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유족들은 곡성 산사태 피해가 아니더라도 기소 중지가 내려지면
당사자에게만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게 아니냐며
검찰의 수사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임지은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시민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