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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위험하다"..일곱 번의 다급한 'SOS'

(앵커)
담양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가
업체 대표에게 안전 장치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이 노동자가 같은 내용의 전화를 건 건
사고 당일에만 모두 일곱 번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담양 제지 공장에서 지붕 수리를 하던 김 씨가
사고 당일 용역 업체 대표에 보낸 사진.

군데 군데 난간은 부서져 있고 주변에 안전장치는 없습니다.

김 씨는 까마득한 높이 지붕에서
위태로운 바닥을 밟고 작업하는 게 위험하다고
업체 대표에게 알립니다.

김 모 씨/ 숨진 노동자
"나 밑으로 가라 앉는줄 알았네."

공사 용역 업체 대표
"그래서 안 돼?"

김 모 씨/ 숨진 노동자
"예?"

공사 용역 업체 대표
"안 되냐고."

김 모 씨/ 숨진 노동자
"아니 작업은 되긴 되는데 아유, 이거."

MBC 취재 결과 김 씨는 이외에도 업체 대표에게
여섯 차례나 더 전화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추락하기까지 불과 여섯 시간 동안 총 일곱 번 전화한 셈인데
내용은 지붕을 딛기 위험하니 사다리라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고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가 작업을 말린 사실도 없었습니다.

또 작업자들은 추락을 막을 유일한 안전 장치로
크레인이나 비계에 고리를 연결할 수 있는 안전띠를 차고 있었지만,

10여 미터 높이 지붕 어디에도 안전 고리를 걸 지지대는 없었습니다.

*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위원장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자본금이 영세하다 보니까
실제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조치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죠.”

사고 책임을 따져야하는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숨진 김 씨와 용역 업체,
사업장을 소유한 제지 공장 측의 계약 관계가 복잡해
조사가 어렵다면서도
용역 업체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도 하지 않은 경찰은
유족과 동료 작업자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MBC 뉴스 우종훈입니다.
우종훈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시사팀 탐사*기획보도 담당

"뻔하게 말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