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플라타너스 나무 놓고 주민 청장 공방

(앵커)
근대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광주 양림동은
김현승 시인이 활동했던
무대이기도 합니다.

김현승 시인은 '플라타너스'라는
시도 남겼는데
양림동에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싹둑 잘린 걸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하필 잘린 나무가 있던 자리에
구청장이 사택을 짓고 있습니다.

송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름드리 나무가
밑둥부터 싹둑 잘려나갔습니다.

어른이 양팔로 안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자랐던 플라타너스입니다.

주민들은 양림동에서 활동했던 김현승 시인이
플라타너스라는 시를 남긴 만큼
흔한 나무는 아니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인터뷰)김선재/주민
"저 나무가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보거든요. 보시다시피 이제 바로 앞에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라는 시도 있고 시와 관련된 플라타너스 거리도 조성 돼 있잖아요."

(스탠드업)
베어진 플라타너스 나무 인근에는
김현승 시인이 시상을 떠올렸다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설치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2주 전, 이 나무를 자른 건
관할 구청인 광주 남구청입니다.

강풍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주차된 트럭이 파손되기도 했고,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벴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남구청 관계자/
"안전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제거하고 거기에 따른 대체 수목들을 많이 조성을 하자.."

그런데 나무가 있던 땅의 소유주가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입니다.

최 청장은 지난 4월에 땅을 매입한 뒤
2층짜리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안전이나 민원 보다는
앞마당을 더 많이 확보하고
건축물의 안전을 고려해
나무를 벤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나무를 베기 전 사진을 봐도
이미 가지를 다 잘라버려
추가 위험은 없어 보입니다.

최영호 청장은 사택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주민 안전 때문에 나무를 벴다고 밝혔지만
적어도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썼다는
의심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엠비씨 뉴스 송정근입니다.

광주M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