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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치매 중에 되살아난 기억.."엄마의 꽃밭"

(앵커)
노인들이 치매 증상이 시작되면
희미해지는 기억때문에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히려 치매 시작과 함께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자신의 기억을 소박하고 따뜻한
꽃 그림으로 남긴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김진선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색색의 크레파스로 종이 한가득
채워낸 찬란하고 화려한 꽃밭.

어린아이가 그린 듯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무와 꽃들에는 생명력과
따뜻함이 넘칩니다.

10년전 치매진단을 받고,
우울증을 앓던 김점순 할머니가 그린
그림들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자녀들이 건넨 크레파스는

김 씨의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붙잡는 가장 가까운 벗이 됐습니다.

* 유미희/김점순 작가 딸
"심심하시니까 이걸로 그림 그리시라고 하니까
그냥 데면데면하셨는데 아빠 말이
매일 그림만 그리신다고 밥도 안 먹고
그림을 그린다고..."

치매 초기엔 초록잎이 풍성하고 화려한
꽃 그림이 많았지만,

남편의 사망 이후 푸르고 어두운 색감이
더해지면서 그림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어린시절 겪었던 한국전쟁과
여순사건의 기억도 그림에 담겼고.
그 특별한 감성은 이제 대중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안경주 원장/전남여성가족재단
"치매 환자는 사회 정치적인 생명이
다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치매 중에도 본인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려
이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그림 전시회를 찾은 김씨는
이제 치매가 심해져 자신이 그린 그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기억이 남긴 따뜻한
꽃 그림은 다시 김씨를 위로했습니다.

* 김점순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 때가 제일로 좋다 그 말이여."

MBC뉴스 김진선입니다.
김진선
목포MBC 취재기자
전남도청, 강진군, 장흥군, 문화, 교육 담당

"선한 힘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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