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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야심차게 준비했지만..'사투리는 아직'

(앵커)
경찰과 조사 받는 사람의 대화 내용을 받아적어주는
AI 조서가 지난해부터 수사 현장에 도입됐습니다.

주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억압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수사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2차 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도입된 조서 방법인데요.

그런데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아직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다현 기자입니다.

(기자)
수사관과 범죄 피해자 역을 맡은
두 사람이 조사실에 마주앉았습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을 주고받자,
AI 음성인식 시스템이 내용을 받아적습니다.

"지난달 말일에 남자친구 집에 같이 있었습니까?"
("네, 그때 같이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광주 수사 현장에 도입된
AI 음성인식 기술입니다.

지금은 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 김보람 경사/ 광주경찰청 여청범죄수사지도계
"타이핑 하는데 집중을 하다보니까 어떻게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
'내 말을 듣고 있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거든요.
피해자의 입장에서 잘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건은 정확도가 얼마나 높냐는 겁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주고받는 대화는
꽤 정확하게 인식하지만,
사투리나 외래어에는 아직 취약합니다.

발화자가 사투리를 쓰자, 오류가 급격히 많아집니다.

"지하철 타셨어요, 안 타셨어요? 그때 당시에
여자 혼자 서 있는데 거기서 만졌잖아요. CCTV도 있더만."
("나는 주로 걸어댕기는데 뭔 소리여 그것이.")
"CCTV는 뭐대요, 그러면?"
("시장에 장 보러 갔는갑제, 내가.")

함께 자리한 변호인 등 다른 사람의 음성이 섞이거나
울음소리와 같은 주변 소리가 섞일 때도 오류가 잦아집니다.

"김씨랑 다른 동네 영감탱이들 다 오라 항게."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다 같이 증인 설게요.")

경찰들이 'AI조서'를 활용해 조사를 하더라도
오타를 잡아내는 데
2~3배의 시간을 추가로 들이기 일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조서는
수사 현장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의 사용 실적은 175건으로,
활용률이 8%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 나홍규 / 광주경찰청 여청수사지도계장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기술력이 극복이 되면 정확도가 올라가고
그러다보면 일선 현장에서도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AI기술이 경찰 수사에도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상황.

경찰은 AI 조서 사용을 권장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확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입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이다현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교육 담당

"안녕하세요. 이다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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