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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만들고도 못 쓰는 도로..얼마나 위험하길래

(앵커)

수십억 예산을 투입해서 다 만들어놓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도로가 있습니다.

바로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나들목 진출로입니다.

애초에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다는 건지 이다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은 광주 제2순환도로 지산나들목에 새로 생긴 진출로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공사는 다 끝났는데 개통은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위험하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운전자들이 통상 고속도로나 순환도로에 들어서거나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도로의 가장 오른쪽, 가장자리 차로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지산나들목에서는 운전자들이
추월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1차로,
즉 도로의 가장 왼쪽에서 순환도로를 빠져나와야 합니다. 

광주 제2순환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90킬로미터.

9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다 갑자기 속도를 줄여야 하는 도로인 겁니다.

이런 좌측 진출로는 매우 희귀해서
전국적으로도 11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전자들로서는 평소 습관과
정반대로 운행해야 하는 생소한 구조가 불안합니다.

* 택시기사
"아무래도 좀 조심성이 있어야겠죠. 사고도 있지 않을까..."

* 인근 주민
"개통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사고 위험도 되게 많을 것 같고."

게다가 터널과 진출로 간의 간격이 지나치게 짧습니다.

지산터널이나 반대쪽 산수터널로부터
불과 70미터도 채 되지 않습니다.

야간에 시야가 좋지 않을 때나
시력이 좋지 않은 운전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터널과 진출로의 이격거리를 675미터 이상
확보할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희귀한 좌측 진출로인데
이격거리가 약 70미터에 불과한 진출로는
지산나들목이 전국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송창영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굉장히 특이한 경우입니다. 이렇게 (사고) 개연성이 높은,
우리가 미리 어떻게 보면 앞장서서 안전을 저해하는 설계를 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는 거죠."

당초 제2순환도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산 나들목은 지난해 11월 개통할 계획이었고
공사에 들어간 예산은 70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워낙 위험한 탓에
개통을 무기한 연기한 광주시는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광주시 관계자 
"현재는 (사업이) 중지된 상태고요.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수십억 예산을 들여서 만든 도로를
광주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도로개통을 기다렸던 시민들이나
이런 엉터리 도로가 어떻게 만들어졌지를
궁금해하는 시민들 모두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이다현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교육 담당

"안녕하세요. 이다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