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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훈장까지 일본 눈치 봐야 하나"

(앵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이 보류됐습니다.

외교부가 훈장 서훈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인데요.

피해자 단체는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지연한 것도 모자라
서훈까지 무산시키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종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별칭은 '양관순'이었습니다.

30년간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상대로 투쟁하고,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려 다른 피해자의 고백을 이끌어낸 정신이 유관순 열사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 양금덕 할머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난 2009년)
“도둑놈들아, 하루 속히 사죄하고 내 월급 보상해라. 돈 받아서 내 청춘 돌려놔라, 이놈들아.”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공로를 인정해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대상자로 양금덕 할머니를 추천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과 관련해 유족인 고 이금주 회장이 같은 훈장을 받은 적 있지만,

피해 당사자가 모란장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 김정은/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처장
“본인이 평생에 싸워왔던 힘들었던 그리고 고단했던 삶을
우리 국민들이 또 우리 정부가 인정해주는구나 (기뻐하셨습니다.)”

내일(9)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할머니의 서훈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대통령이 최종 결재하는 국민훈장은
행안부가 국무회의에 안건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돌연 외교부가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이를 두고 상훈법에 따른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
“(지난주 중반) 서훈 계획에 대해서 처음 통보를 받았고,
그래서 지난주 후반에 유관 부처에 그런 의견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만 국민훈장을 추천한 인권위의 입장은 외교부와 달랐습니다.

인권위는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국무회의는 형식적 절차였는데
양금덕 할머니의 서훈 무산은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지원 단체는 외교부가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배상하도록 하는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지연시킨 것도 모자라,

서훈까지 무산시켰다며 우리 외교부가 피해자들의 정부인지,
일본 기업의 정부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 양금덕 할머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뭐 때문에 보류를 시키려고 하냐고. 원인이 뭐냐고.
자기들이 부끄러운 일이 있으니까 그렇지, 우리한테. "

지난 9월 박진 장관부터 어제(7) 서민정 국장까지
외교부는 광주를 찾아
피해자의 말을 듣겠다면서도 합리적 해법을 강조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는 일도 이토록 어려운데,
이제는 국민훈장까지 일본 눈치를 봐야 하나며 정부 태도를 개탄했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우종훈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시사팀 탐사*기획보도 담당

"뻔하게 말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