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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헤어질 준비 못했는데'..반쪽짜리 보호 연장

(앵커)
한 달 전쯤 광주에서 아동양육시설 출신 청년들이
잇따라 비극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없게 하자면서
제도를 보완해 왔지만 결국 비슷한 일이 반복된 건데요.

아동 보호 체계에 여전히 어떤 한계가 남아 있는 건지,
연속 보도로 짚어보겠습니다.

첫 순서로, 청년들이 보호 기간 연장 중에도
자립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다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달 말, 광주의 한 대학 기숙사 주변에서
20살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라온 청년이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보호 기간이 연장된 상태.

소속이 있었고, 보호가 끝나면 자립지원금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책들은 끝내
홀로서기의 두려움을 없애주진 못했습니다.

*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상위) 5%에서 1%의 모범 케이스의 아이들 중의 하나예요, 그 친구가.
(이 사건은) 우리나라 아동 보호 체계의 붕괴에 붕괴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바뀐 법에 따라
보호 기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별다른 조건 없이도 성인이 된 이후인 만 24세까지
보호 기간 연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연장 기간 동안 코앞에 닥친 보호 종료와 자립에
더 대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만든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원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 김성민 /브라더스 키퍼 대표
"어떠한 준비도 없이, 어떠한 대비도 없이 24세로 늘려놨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훈련, 인턴십의 기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끼니 해결이나 공과금 납부 등 기본적인 살림에
익숙해질 시간조차 없다는 점도
현장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아동에서 청년으로, 나이로는 성인에 접어들어
생활 패턴이 달라진 보호 연장 청년들이
어린이나 초중고등학생들과 한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하니 서로 불편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 권필환 혜심원 원장/아동복지 37년 경력
"본인도 모르게 무슨 연체가 되어 버리고 이러니까. 와서 그런 하소연들을 많이 해요.
사실 어른들도 갑자기 혼자가 되면 아주 어려운데 이 아이들은 더 그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겁니다.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서 연장되는 게 훨씬 아이들한테 도움이 된다."

이대로는 아동양육시설 등 보호 체계와
단절되는 시점만 뒤로 미뤄진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무방비로 세상에 나와 고립감과 부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 권용수(26) /자립 청년
"우리는 쉴 수가 없더라고요. 계속 달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게 저는 가장 힘든 점인 것 같아요."

보호 기간 연장이 반쪽짜리 개정으로 남지 않으려면
양육시설 등에 있는 아동이나 청년들이
자립할 준비를 서서히 해나갈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이다현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교육 담당

"안녕하세요. 이다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