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뉴스데스크

처음엔 달랐다..위험천만 진출로 탄생시킨 '설계변경'

(앵커)

준공된 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제 2순환도로 지산나들목 진출로는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처음 설계한 구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도로 설계를 변경한 이후에
안전 사고가 뻔히 예상되는 시설로 전락해버렸는데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다현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 2순환도로 지산나들목에 새로 생긴 진출로입니다.

생소하게도 중앙차로쪽에 만들어져있는데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서 불과 7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급하게 차선을 바꿔야 하는 구조입니다.

차량들이 시속 90킬로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1차로에
난데없는 진출로가 설치되면서
연쇄 추돌사고 등 안전사고 우려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 오영욱 / 도로교통공단 안전시설검사부 과장
"고속 주행하는 차들이 갑자기 좌유출을(왼쪽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
감속이나 정지를 하게 되면, 우유출하는(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보다
훨씬 더 교통사고 심각도가 높아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구조의 도로가 설계변경을 거쳐 탄생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지산나들목 진출로의 최초 설계도면입니다.

2016년 이 사업이 시작될 당시 광주시 주도로 설계된 형태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우측 진출로로 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른쪽, 갓길 차선쪽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같은 해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아 사업은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2년쯤 지난 2018년 9월
공사 착공 단계에 이제 막 들어섰을 무렵,
일부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현재 설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다음 과정이 뜻밖이었습니다.

광주시가 주민들 요구를 전격 수용해
도로 구조를 아예 딴판으로 바꾸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2019년 초 갑작스런 설계 변경이 이루어집니다.

* 광주시 관계자
"진출로 방향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이 있어가지고,
그에 따라서 자문회의를 거쳐가지고 저희들이 좌측으로 최종 변경을 하게 된 것입니다."

운전자들이 평소 습관과 정반대로 움직이게 하고,
터널과 진출로 사이 간격이 몇십미터에 불과한 구조.

보통의 설계 변경이 도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운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쪽으로 변경이 돼 버렸습니다.

* 송창영 /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여우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난 격이죠. 민원 때문에 어떤 차선책,
차차선책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범위가 있는데
이건 그 범위를 좀 벗어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십 억 규모 공사의 구조를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있다고 해서 바꾸어버린 상황.

갑작스럽고 석연찮은 설계 변경을
시민들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이다현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교육 담당

"안녕하세요. 이다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