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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제주] 행방불명 4.3희생자 76년 만에 '가족 품에'

(앵커)
4·3 당시 행방불명됐다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신원이 76년 만에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직계는 물론, 조카와 증손자까지,
적극적인 채혈이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소현 기자입니다.

(기자)
하얀 천에 둘러싸인 유골함이
차례차례 들어옵니다.

76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지나
유골로 마주한 형제들.

고이 간직한 형의 사진을
유골함 앞에 세우고, 그리웠던 형의 이름을 
달아놓으며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어머니와 누나는 토벌대에 의해 학살됐고
두 명의 형 모두 군법회의 이후
만나지 
못했던 이한진 씨.

연좌제를 피해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이주했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 제주인 대회에 참여해 채혈을 했고,
1년 만에 작은 형, 이한성 씨의 유해를 
확인한 겁니다.

* 이한진(85세) / 고 이한성 동생 
"(마을 청년들이) 다 죽었는데 형님만 관통해서 살았어요.
살아나온 게 결국 저희 집 형님, 어머니, 누님까지 다..
(서북청년단에게 희생 당했습니다.)"

2살 때 아버지를 잃은 강기수 씨는
일흔이 넘어 아버지를 품에 안았습니다.

강 씨의 아버지 강문후 씨는
예비검속으로 영문도 모른 채 
경찰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증손자까지 
9명이 넘는 가족이 채혈에 참여했습니다.

* 강기수(75세) / 고 강문후 아들
"남들이 아버지하고 다니는 걸 볼 때
저는 왜 아버지가 없을까. 눈물로 지새우며 생활을 했습니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2구 모두
지난 2007년부터 3년 동안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발굴된 유해로,
제주공항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유족들의
적극적인 채혈이 있다면 과거보다 
신원을 확인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이숭덕 /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
"'이 정도면 유가족 정보만 있으면 확인할 수 있겠다'라는 분이
아직도 꽤 됩니다. 근데 그런 분들에 대해서도 아직 신원 확인이
안 된 거는 유가족 분들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4·3 당시 행방불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는 4천여 명.

지금까지 발굴된 4·3 유해 414구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44구에 불과합니다.

올해도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더 늦기 전에 희생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될 수 있도록  
도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소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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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