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수십 년 동안 매일 거리에서 배기가스와 매연을 뒤집어쓰며 일하다가 퇴직 뒤 폐암 진단을 받은 환경미화원들이 있습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때 건감 검진을 받았지만 미화원의 검진 항목에는 정작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항목은 빠져있다고 합니다.
송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병상에 누워 폐암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황기선씨.
순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황 씨는 3년 전 퇴직할 때만 해도 건강한 줄 알았지만 작년에 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1년 동안 자동차 매연을 들이마시며 쓰레기를 치웠던 근무환경이 폐암의 원인일 거라 생각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9달째 답이 없습니다.
[황기선/전 환경미화원]
"그때 당시에는 슬레이트 같은 거 연탄재 같은 거 나오는 것은 아주 다 실었어…"
27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 작년에 퇴직한 서필원씨도 폐암에 걸려 산재신청을 냈습니다.
서 씨는 회사 측이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폐암을 잡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회사 측 건강검진이 일반적인 수준이다 보니 검사 항목이 단순해 폐암을 조기에 잡아내지 못했다는 게 서 씨의 생각입니다.
[서필원/전 환경미화원]
"피검사, 눈 검사, 몸무게 이런 거 기본밖에 안 받았어요. 그전부터…"
환경미화원들은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를 뒤집어쓴 채 하루종일 일하고 있지만 이들이 받는 건강검진에 폐 CT처럼 폐암 조기 진단에 필요한 항목은 빠져 있습니다.
[광주 00구청 관계자]
"회사에서 받으라는 거 있지 않습니까, 통보한 거. 그렇게까지 밖에 안 받고 저희들이 더 해주는 것은 2년이나 3년에 한 번씩 파상풍 주사…"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특수건강검진 대상자엔 주로 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체 근로자만 포함됩니다.
전문가들은 1급 발암 물질로 규정된 배기가스를 맡으며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도 특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송한수/광주 근로자건강센터장]
"환경미화원 분들이 업무상 자동차 매연이라든가 분진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기에 관련된 평가가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도록 해주는 환경미화원이 건강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의 검사범위를 확대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MBC뉴스 송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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