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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식' 없는 학교 무슬림 아이들은 괴롭다

남궁욱 기자 입력 2019-10-03 20:20:00 수정 2019-10-03 20:20:00 조회수 2

(앵커)
이슬람교도를 믿는 무슬림들이
먹는 음식인 '할랄 음식'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음식이죠.

돼지고기와 술은 먹지 못하고
다른 고기들은
율법에 따라 도축 돼야
'할랄 음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에 한 초등학교에 이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하는 무슬림 아이들이 있는데,
한국 식단에 맞춘 급식이 나오다보니
아이들이 급식시간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남궁 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의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식판 가득 돼지갈비찜을 받아가지만, 몇몇 아이들은 돼지갈비찜 대신 달걀요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온 무슬림으로 율법에서 허용한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고, 다른 음식들도 율법에 맞게 조리될 때 먹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는지 먹다 말기도 하고, 반찬은 안 먹고 밥만 먹기도 합니다.

(녹취)
("밥 맛있어요 먹을만 해요") "..."

이 학교에 다니는 무슬림 학생은 총 4명입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점심을 굶고 하교 후 집에가서 밥을 먹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 오거나 급식 반찬 중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학생들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교육청과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이 아이들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터뷰)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활동가
"(교육청은)시대적인 요구에 따라서 이런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화적인 지원 등을 일시적인 방편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학교는 시설과 인력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할랄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상석/00초등학교 교장
"이 아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조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인력도 그렇고 예산도 그렇고 이 부분은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고(교육청 등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광주시교육청은 무슬림 학생 등 다문화 학생들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다만, '무슬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을
바라보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우려 돼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뷰)서은화/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어떤 아이들은 채식만을 하는 학생들도 있고 아토피로 인해 음식을 가려먹는 학생이 있을 때 이런(무슬림) 학생들에게만 따로 무엇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는 거기에 대한 역차별이다 왜 우리는 제공하지 않냐라는 그런(시선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도 아닌 특정 집단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은 다문화 사회로 채 진입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과도기적 현상 가운데 하납니다.

(예정인터뷰)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속도에 비해서 다문화 교육이나 함께사는 공존 교육이나 인권 교육이 사회, 학교에서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할 때입니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외국 국적 학생 등 다문화 학생은 3천 5백명으로, 3년 전 보다 50% 증가했습니다.

(스탠드업)
다양한 국가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늘어나는 게 현실인만큼
이제는 이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갈 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MBC뉴스 남궁 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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