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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의 굴레'③ 치매환자, 고통받는 가족

남궁욱 기자 입력 2020-01-21 20:20:00 수정 2020-01-21 20:20:00 조회수 1

(앵커)
가족간병 실태 보고서,
오늘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고통이 사회문제가 돼서
치매 국가책임제까지
시행되고 있지만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니다.

남궁 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남편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남편의 기억은 갈수록 흐려지고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집을 찾아오지 못하기도 합니다.

76살의 임 모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남편을 4년 째 간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임00(치매환자 부인)(음성변조)
"나가면 못 찾으니까요. 항상 내가 따라다녀야 해요. (항상 붙어 다니세요?) 항상 따라다니고 집에서도 혼자서만 간병해야 하니까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박 모 씨의 시어머니는 치매에 걸린 뒤 점점 난폭해졌습니다.

자기 말을 안 들어주면 박 씨와 가족들에게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인터뷰)박00(치매환자 며느리)(음성변조)
"우기다가 울다가 안 되시면 정말 입에 담지 못할 이상한 욕을 퍼붓고 원하는 대로 안되면... 제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 대부분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립니다.

가족도 몰라보고 공격적이고 의심이 많아지는 등의 치매환자 특성 탓인데

(CG)
치매환자 가족의 약 75%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인터뷰)치매환자 간병가족(음성변조)
"이렇게 부대끼면 가끔은 나도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힘들기로는 말할 것도 없어요"

치매환자 가족들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정부가 시행한 것이 '치매가족휴가제'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며칠간 시설에서 치매노인을 돌봐주는 '단기보호' 서비스가 있지만,

(부분CG)
광주와 전남에 단기보호 시설은 6곳에 불과하고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합쳐봤자
20여 명 남짓입니다.

(인터뷰)치매환자 간병가족(음성변조)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간다든가 그럴 때 저희가 전담해서 케어를 하니까 잠깐 며칠 모시고 싶은데 그런 공간이 없었어요 (전화해도 안 된다고?)네 며칠은 안 됐었어요."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와 하루 12시간 이상 돌봐주는 '종일 방문요양' 서비스도 이용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불규칙적이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탓에 '종일 방문요양'을 하려는 요양보호사가 적기 때문입니다.

(녹취)방문요양기관 관계자(음성변조)
"저희도 (종일 방문요양)직원을 채용해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근로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어머님들이 많기 때문에 조건적인 부분 때문에 채용을 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국가가 치매환자를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지 2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단 하루라도 간병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터뷰)치매환자 간병가족(음성변조)
"(하루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뭐 하고 싶으세요?)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싶어요. 정말로. 숨이 막혀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나도 심장이 있는 사람이라 여기가 터져버리려고 해요."

MBC뉴스 남궁 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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