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검색

사회

태평양전쟁 희생자 고 최병연씨, 80년만에 밟은 고국 땅 밟았지만...

천홍희 기자 입력 2023-12-04 20:20:32 수정 2023-12-04 20:20:32 조회수 0

(앵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타라와 섬

지명조차 생소한 이 섬에서 
80여 년 전 한국인 1200여 명이 끌려갔다가 
태평양 전쟁에서 숨졌습니다. 

이 중 한 명의 신원이 밝혀져
오늘(4) 고향인 영광 땅에 묻혔습니다. 

천홍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하얀 천이 공중에 휘날립니다.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버리라는 듯 
소복을 벗어 고인에게 바칩니다. 

일제에 끌려간 지 80년 만에 유해로 돌아온 
고 최병연 씨의 넋을 위로하는 
유해 봉환 추도식이 영광에서 열렸습니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타라와 섬으로 강제 동원되어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고인이 되신 최병연 님의 유해를 
8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모셔와.."

영광에서 태어난 최 씨는 1942년 24살의 나이로 
고향에서 6천 킬로미터 떨어진 
현재 키리바시 공화국인 타라와 섬으로 끌려갔습니다.

고인은 당시 1천여 명의 한국인들과 함께
요새와 활주로를 만드는 등 일제의 
전쟁 준비에 동원돼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1943년 11월 이곳에서
일본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전투에서 숨졌습니다. 

"부상을 입고 생포된 일본군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포로는 한국인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낯선 땅에 있던 
최 씨의 유해는 지난 2018년
미국 정부의 타라와 섬 유해 봉환 작업에서 발견됐습니다. 

당시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유골 152구가 발견됐다는
미국의 연락을 받은 한국 정부는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낸 
184명의 DNA와 대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마침내 2019년 기적처럼
152명 중 1명이 최병연 씨로 
DNA 일치 판정을 받은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미뤄지다 
이번에 한국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8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고 최병연 씨 유해는 
고향인 영광의 선산에 안치됐습니다.

생후 50일 만에 아버지를 여읜 둘째 아들
최금수 씨는 80여 년 만에 
처음 마주한 아버지 유골 앞에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 최금수 / 고 최병연 씨 둘째 아들 
"내 생애에 아버지를 내 손으로 이렇게 모시고
우리 친산에 모실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히 감회가 깊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가해자 일본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는데
그런 일본 정부에 반성과 책임을 묻는 한마디조차 없다'며
한일 양국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 이재봉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
"80년 만의 귀향길에 (일본 정부의) 추도사 하나 없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 말한 한일 관계 회복의 상징이란 말인가."

타라와 전투에서 사망한 한국인은 1천여명으로 파악되며,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최씨 외에는 아직 없습니다.

가해자의 책임 인정이나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80년 만에 고향 땅에 돌아온 최병연 씨의 영혼이
편안히 쉴 수 있는 날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천홍희
천홍희 chh@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시민 담당

“사실을 찾아 전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