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마철 빗물 누수는 물론,
추락과 화재 등 각종 위험이 산재한
노후 아파트들이 있습니다.
50년이 넘은 아파트는
곳곳이 녹슬고 터지면서 고칠 것 투성이지만
고령층과 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많아
관리비를 더 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규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 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산 80대 집주인은
인근 바다에서 뱃일을 하며
가족을 먹여 살렸습니다.
흐르는 세월에 집도 함께 나이 들어
곳곳이 말썽이지만, 손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물 옥상과 외벽에 누수가 있어
고치려면 관리비를 추가로 내야 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은 겁니다.
그나마 기초연금과 공공근로로
한 달에 받는 돈은 50만 원 남짓.
생활비 쓰기에도 빠듯합니다.
* 서수열/○○아파트 주민
"이제 84살이 돼서 뭐 아무것도 할 것이 없잖아.
하루에 먹는 것도 부족해버려."
아래층에 사는 80대 이웃도
달마다 3만 원씩 내는 관리비에
웃돈을 보태기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 이곳저곳이 아픈 터라
한 달에 30만 원 남짓의 연금이
유일한 생계 수단입니다.
* 추정매/○○아파트 주민
"오매 돈만 있으면 어서 (이사) 하고 싶지.
이런 데서 어떻게 산다는 것이 참말 할 수 없으니까 살지."
이 아파트에서 상시 거주하는
28명 가운데 85%인 24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파악됐습니다.
게다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
매입가는 1,000만 원대로 시세가 싼 편이라
취약계층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없는 형편이지만, 노후 아파트라
곳곳이 녹슬고 터지면서 주민들은 지난달 결국,
관리비를 5만 원 가량씩 더 걷기로 했습니다.
"한 달 전 수돗물을 퍼 올리는 이 펌프가 노후로 먹통이 되면서
주민들이 닷새 동안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습니다."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180만 원짜리
새 장비를 사면서 단수는 해결됐지만,
이 외에도 물탱크와 정화조 청소 비용,
관리 인력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있어
다른 곳을 손볼 여유는 없습니다.
* 김지승/○○아파트 관리소장
"관리비가 바닥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50년 다 돼가니까.
제가 맡은지 한 2년 되는데 그 안에 개선을 많이 했어도 어림도 없어요.
우선 급한 거 막 하는 거예요."
민간아파트인만큼 주민들이 해결할 문제라지만
낡고 오래되면서 거주자들은 떠나가고,
남은 이들로만은 관리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
노후 아파트에 남겨진 주민들은
더 고립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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