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수묵화의 거장 김호석 작가가
5.18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항쟁의 발원지인 전남대에서 열었습니다.
김호석 작가는
역사적 사건인 5.18의 의미를 작품에 담은 건
예술가의 숙명이라고 전시를 여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박수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김호석 작가에게 5.18은
열지 못하는 신주함입니다.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이 그림은
차마 열사들을 마주 볼 수 없는
떳떳하지 못한 마음입니다.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복도에서
교련복을 입은 채 숨진 두 고등학생.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학생의 주검 옆에 반쯤 베어 먹다 만 단팥빵이
44년의 시간을 넘어 생생한 슬픔으로
화폭에 담겼습니다.
* 김호석 작가
"사람이 죽고 피를 흘리고 땀을 흘리고 침을 흘리고
피가 흐르면서 쥐들이 수없이 여기저기서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도청 바닥의 모습이에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농부가
마당에 던져두고 간 낫은
주인을 기다리다 누런 녹이 슬었습니다.
지난해 5.18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의뢰받은 김호석 작가는
1년 동안 몸서리쳐지는 고통과 슬픔,
희생자의 숭고함과 살아있는 자의 고뇌를
그림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스물한 점의 신작과
여덟 점의 기존 대표작이
5.18 항쟁의 발원지인 전남대에 전시됐습니다.
* 김호석 작가
"실제 사진으로 작업실 전체를 붙여 놓고 매
일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함께 5월과 함께해야만
그림이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결국은 작품은 실패해도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은 실패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전시 작품은
흰 종이와 검은 붓 자국뿐인
흑백의 세계입니다.
김호석 작가에게 검은색은
죽음과 슬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주의 심연과 같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말라 떨어진 잎으로 뒤덮인 대나무 숲에
죽순이 올라오고 쭉 뻗은 대나무들이
다시 짙은 숲을 이루는 그림으로
김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엠비씨뉴스 박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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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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