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마음 속 깊이 울컥하셨던 분들 많으시죠.
'소년이 온다' 주인공의 실존 인물이자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켰던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의 이야기를
임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저는.. 광주 상고 1학년 문재학이,
도청에서 27일 새벽에 사망한 문재학이 엄마,
'김길자'입니다."
아들의 묘비에 책 한 권을 세워놓고는
그저 애틋한 손길로 어루만지는 한 엄마,
죽은 아들을 대신해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며,
피와 눈물을 흘렸던 세월이 44년이 됐습니다.
* 김길자
"5.18을 우리 그렇게 발로 뛰었지만은
국내도 다 못 알렸는데 책 한 권으로 해서
세계에 5.18을 다 알려주시는데 너무 감사하고."
또래보다 키가 컸던 막내 아들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처럼,
차분하면서도 강인했습니다.
숨진 채 상무관으로 들어온 친구를 두고는
집으로 절대 가지 않겠다던 아들을
엄마는 차마 말릴 수 없었습니다.
* 김길자
"엄마, 창근이가 죽어서 들어왔더라고.
창근이를 어떻게 처리를 해놓고. 지금은 못가겄다고.
그래 알았다. 처리 해놓고 집에 온나."
계엄군이 쳐들어오기 하루 전
이곳 도청으로 아들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그 날의 대화는 마지막 인사가 됐습니다.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집에 오라는
주인공 '동호' 어머니의 간절한 외침,
아들 문재학 열사에게 전했던 당부가
그대로 소설에 녹아들었습니다.
* 김길자
"해지기 전에 들어와라. 다 같이 저녁밥 묵게.
그러죠. 내가 말 했던 것이 생각나지."
아들을 잃은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는,
같은 구절을 수없이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아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밑줄을 긋고 또 그었습니다.
5월 27일 새벽, 최후의 순간까지
아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옛 전남도청을 다시 한 번 찾았습니다.
민원실 2층에서 내려다보던 아들의 얼굴이,
도청 본관 정문에서 나눴던
마지막 대화가 떠오릅니다.
* 김길자
"자식을 못 데리고 온 짜잔한 엄마 아버지가 됐다고.
그때 손을 끌고 왔으면은.. 그래도 목숨은 살 것인디.."
아픈 기억은 44년 전에 멈춰있지만,
아들의 이야기가 더 멀리 닿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깊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다음에 천국에서 또 만나자.
엄마 기다리고 있어잉..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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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