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시작된 의료 대란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환자가
22개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3시간 반 만에 경기도 수원의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MBC충북 이초원 기자입니다.
(기자)
어두운 주택가 골목에
구급차 한 대가 들어옵니다.
구급대원들이 황급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6분 뒤 30대 환자가 들것에 실려 나옵니다.
이 가게에서는
같이 술을 마시던 연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심장이 수축하지 않아 혈액 공급이 멎은
심정지 상태가 의심되는 상황.
구급대원 안내로 남자 친구가 심폐소생술을 해
호흡은 돌아왔지만,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고
의식이 없는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119 구급대는 이 환자를 5단계 가운데
가장 심각한 '소생' 단계로 분류하고,
이송할 병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충청권과 수도권까지
모두 22개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충북대병원을 비롯해
충남대병원과 대전을지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고
충주건국대병원과 유성선병원
수도권에 있는 한림대성심병원과
고려대 안산병원 등은
중환자실 자리가 없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이 여성은 119 신고를 하고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 반 동안 구급차에서 거리를 헤맸습니다."
결국 100km 떨어진 경기도 수원의
2차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의정 갈등이 해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응급실 뺑뺑이는 지금도 진행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계속 병원 선정도 어려워지고 환자의 치료가 늦어지는 게
옆에서 지켜보는 구급대원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깝죠."
충북대병원은 교수 6명과 전공의, 인턴까지
21명이 응급실에서 근무했지만
현재는 교수 5명만 남아있는 상황.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의료진 피로 누적을 이유로
매주 수요일 응급실 야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충북대병원은 시간제 응급의학과 전문의
4명을 추가 채용했지만
주간에만 근무하고 있어,
야간에는 응급실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피해는 환자 몫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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