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우산과 연포탕

안녕하세요~!

비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네 살 아래 남동생과 있었던 일인데요, 제가 국민학교 2학년 정도였을 때니까 동생은 5살 정도였을 것 같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하교하는데, 넓은 운동장에 여기저기 모두 알록달록 우산 천지였어요 ㅎㅎ 

그 당시엔 한 반이 50명이 넘었고, 교실이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 나눠 등교하기도 했으니

운동장이 우산으로 꽉 찼었어요.. 친구랑 우산 쓰고 운동장을 걷는데, 앞에 작은 꼬마가 저 키만한 우산을 쓰고 제 앞으로 오고 있었어요.

얼굴이 보이지 않고 저희랑 부딪히려고 해서 얼른 그 아이의 우산을 잡고, 얼굴을 보려고 우산을 하늘 위로 들쳐올렸어요.

그랬는데 이게 누구야,, 제 남동생인 거예요!  평소 주말에 동생들을 데리고 걸어서 30분 걸리는 국민학교로 자주 놀러갔었어요. 

그 땐 키즈카페 같은 것도 없었고, 엄마아빠랑 차 타고 놀러가는 건 연중행사였으니

저희들끼리 주로 학교 운동장에서 많이 놀았었죠. 정글짐, 구름다리, 미끄럼틀, 그네, 철봉, 타이어뜀틀.. 그런 것만으로도 하루종일 너무 즐겁게 놀았어요.

그렇다고 다섯 살짜리가 집에서부터 30분 걸리는 거리를, 혼자 우산 쓰고 오다니.. 혹시 그 때 바로 저를 못만났더라면 내 동생은 어디로 가게 되었을까요.. 

찾을 수나 있었을까요.. 동생과 집으로 가는데 헐레벌떡 뛰어오는 엄마를 만났어요. 동생을 찾으러 정신없이 다니시다가

혹시나 큰누나에게 우산주러 갔을까 하고 학교쪽으로 한 번 와보셨더래요. 저희는 이 얘기를 자주 꺼내어 이야기합니다.

그 타이밍에 동생 우산을 들쳐올리지 않았더라면, 남동생과 딱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아찔하거든요..


그런 남동생이 지금은 군산에서 직장생활하며,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벌써 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제 점심 때 백일 지난 조카를 데리고 올케와 같이 왔어요. 엄마가 편찮으셔서 기운이 없으시니, 낙지를 드시게 해야겠다고 하면서 말이예요.

첫째인 두 살 조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세 식구가 한 시간 반을 달려서 왔고 엄마께 연포탕을 사 드렸어요. 입맛도 없고 식사량이 너무 적으신 우리 엄마,

그래도 국물이 맛나다며 다행히 3분의 1 공기는 드셨어요;; 아들내미가 엄마 밥 드시게 하려고 멀리서 왔으니까요..^^

남동생은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아이 둘을, 올케 혼자 키우기엔 너무 힘드니까요.. 아이를 둘이나 낳고 애국자예요 ㅎㅎ 

다달이 들어오는 돈은 줄었지만 올케와 같이 두 아이를 키우는 남동생이 기특하고,,

이제 둘째가 백일이 지났으니 많이 커서, 매주 어머님 뵈러 오겠다는 올케도 넘 이쁘고 고맙습니다.

점심을 사드리고 잠시 엄마 집에 들렀다가 또 서둘러 군산으로 돌아갔어요.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할 시간을 맞춰야 되서요..

짧은 시간 넘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반갑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비가 내리니 어제 그 점심 시간도,, 아홉 살 때 우산 추억도 자꾸 생각이 납니다.. ^^


p.s. 신청곡 있어요~ 송소희의 여우비" 신청해 봅니다.  저는 소헌 심씨예요,,그럼 정희 가족들 또 봐요~~!


댓글(1)
  • 2023-04-06 13:38

    안녕하세요~ 사연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사연은 정오**망곡 4부 '전하지 못한 진심'에서 소개해드릴게요 ~

    새 비밀글로
    성함/ 주소/ 연락처 남겨주시면
    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 ~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