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과 신청곡
"너를 만나" 행복했다.
저에게는 후배가 하나 있습니다. 5년 후배 중에 유일하게 연락하며 지내는 녀석입니다. 저는 95학번, 그 녀석은 00학번.
제대 후 대구에서 대학 다닐 때 2년 정도 학교 생활을 같이 하다 졸업하고, 제가 부산으로 왔고 각자 결혼하고 10여년 모르고 지냈죠.
5년 전 제 1년 선배가 학원을 그 녀석과 차렸다는 말을 들었고, 선배는 당시 학원을 시작하려는 저를 불러 이것저것 자료도 주고 상담도 해줬죠.
후배는 뭐가 반가운지 항상 잇몸 만개하며 "아! 형님 오셨습니까?" 하며 반겨주었습니다.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요.
대학 다닐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항상 선배들에게 예의바르고 마음 잘써주는 착한 후배.
하지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후배.
매일 만나지도 않고 매일 연락하지도 않는... 하지만, 만날 때마다 일적으로든 마음적으로든 서로 함께 했던 착하디 착한 후배.
술담배하던 녀석을 위해 건강이 먼저라고 저는 큰 돈 털어 정X장 홍삼도 선물해준 적도 있었어요.
이 정도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후배 맞죠? ^^
지난 금요일 대학 동기메신저에 부고 소식이 떴습니다. 그 녀석 이름이 먼저 보이길래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돌아가셨나...저런... 요즘 코로나가 갑자기 폭증을 해 미안하지만, 마음만 전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며 메세지를 누르는데, "본인상"이라는 글이 보였습니다.
본인이라면 자기가 죽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 녀석이 직접 상을 치른다고 저런 단어를 쓰나 하며 잠시 생각을 하던 찰나,
그 녀석과 같이 학원을 하던 선배가 그 녀석이 며칠 전에 뇌출혈로 쓰러졌고, 두 차례 수술을 했는데 좋아지는 듯 하더니 못버텼다고 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봤습니다.
"아..."라는 탄식만 나오는 톡방...
학원 처음할 때 둘이 고생고생하다 이제 탄탄대로를 달리는 중인데...
고민없이 달려간 장례식장에서는 여전히 그 웃음으로 맞이해줍니다.
저기 어디 사람들 앉은 자리에서 상주완장을 차고 나타나 "아! 형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술 한잔 따라 줄 것 같은데 나타나지 않네요.
저는 평소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장례식의 기원을 가르쳐주며 장례식은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을 위해 위로해 주는거고 공중 위생을 위한 것이다라는 말을 늘 했었지만.....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심으로 좋은 곳에 편안하게 그 녀석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살아있으니까요.
없는 사람의 빈자리는 일상의 어느 한 순간에서 옵니다. 설거지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일을 하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빈자리의 슬픔은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일을 하다 그 녀석과 함께 공유했던 파일들을 보며 이름 석자에 또 훌쩍입니다.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흘리지 않았다던 선배는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다혈질인 선배 뒤에서 그 녀석은 항상 그림자였어요.
그 녀석 아버님은 4일을 잠을 못 이루셨네요...
아내와 어린 아이둘을 남기고 천사처럼 살다가 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내 후배 용호.
인사도 없이 갑자기 떠나며 사람들을 이렇게 슬프게 하려고 그렇게 착하게 살았더냐... 좀 모질게 살아도 오래살지..
제가 감내해야하는 한 줌의 슬픔은 유족에 비할 바 아니지만, 아픕니다..
용호 "너를 만날 때마다 정말 행복했다."
폴 킴의 '너를 만나'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