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안녕하세요. 사연글 올립니다. 어린이날이라 사연글 올려봅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니까 옛생각이 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했다.
나도 예전에 추억이 있었는데 좋은 추억은 아니었던 거 같다.
 
내가 어릴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
우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어린 나는 아빠가 잠시 엄마와 헤어져 사는 거라고 했다.
'엄마! 몇밤만 자면 다시 집에 와!'
그리고 나는 혼자 외롭게 자랐다.
아빠와 늘 단둘이 밥을 먹었다.
 
유치원 연극할때 늘 아빠 혼자였다.
다른 애들은 엄마,아빠가 다 오셨는데
애들앞에서 난 엄마의 빈자리를 느꼈다.
난 어렸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왜 안 그랬겠는가?
다른 애들과 비교가 되는데...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때도
아빠와 단 둘이 찍은 사진밖에 없다.
초등학교 입학식에서도 다른 애들은
엄마,아빠가 다 오셨다.
아빠가 그러셨다.
 
'영자야! 기죽을 거 없어.
아빠가 있잖아! 음?
씩씩하게 애들하고 어울려 지내.'
 
어느날 내가 학교에서 울면서 
집에 들어온적이 있다.
아빠는 무슨 일이냐고 했다.
애들이 넌 엄마가 없냐고 놀린다고 했다.
아빠는 나를 따뜻히 안아주셨다.
그런데 아빠도 나를 따라 흐느껴 우시는듯 했다.
엄마의 사랑이 절실히 그립다는걸 그 날 뼈아프게 깨달았다.
 
그 일후 아빠는 점심시간에 우리학교에 오셨다.
내가 다른 애들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는 걸 아빠가 보셨다.
아빠는 화가 단단히 나셨는지
날 애들앞에 데려가시곤 같이 어울려 놀라고 하셨다.
한 아이가 엄마없는 애랑은 안 논다고 그래서
아빠가 그 아이뺨을 때리셨다.
그 일로 그 애 학부모가 학교에 오셨고 아빠는 사과를 하시고
곤욕을 치르셨다.
다...  나 때문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24살 되던해 부모님은 재결합을 하셨다.
더 이상 내가 엄마의 정을 모르고 자라는게
아빠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셨나보다.
사랑에 목마른 어른으로 자라는게 걱정되셨나보다. 
대학졸업때는 엄마와 함께였는데
엄마는 너무나 낯설었다.
엄마는 '영자야!
엄마랑 졸업사진찍자.
엄마도 학사모 쓰게 해줘야지.'
나는 엄마앞에 선뜻 나서기를 머뭇거렸다.
아빠는 엄마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엄마 손 잡아드려야지.'
지금도 대학졸업식 사진을 보면 나는 엄마를 참 많이 닮았다.
대학졸업식후 우리 가족은 고기를 먹으러 식당에 갔다.
훈훈한 정 같은게 느껴졌다.
아빠는 고기만 구우시고 엄마는 내가 먹기 편하게
가위로 고기를 자르셨다.
그러시며 쌈을 싸 고기를 당신 손으로 직접 내 입에 넣어주셨다.
'엄마도 드세요.'
'그래! 엄마도 먹을테니까 영자 많이 먹어.
엄만 네가 잘 먹는것만 봐도 배불러.'
처음으로 느껴보는 엄마의 따뜻한 말이였다.
 
가족끼리 함께 밥을 먹는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가족은 떨어져 살아도 천륜이기 때문에
끈끈한 정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속 깊이 존재하나보다.
조금 있으면 어버이날이다.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엄마,아빠 산소에 가 엄마가 좋아하시던
카스테라와 사이다를 많이 놓고 올거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무척 보고 싶습니다.
 
                                                           왁스  -  엄마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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