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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문화의 변천사
그렇지만 저희 집에선 감히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일들을 제 동생때문에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집의 문화를 많이 바꾸어 놓은 계기도 되었지요. 그리고 지금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중 3학년때 즈음인것 같아요. 어느날 제 동생은 엽서를 한뭉터기 사오더니, 열심히 엽서 뒤에다가 뭐라고 적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모임장 만드나?.. 그런데 무슨 모임을 또 하길래, 저리 요란하게 할까? 그냥 전화로 연락하면 되는데 왠 엽서?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방송국에 음악을 신청하는 엽서였습니다. 그 당시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이란, 제겐 그저 무심코 흘려 듣는 음악들이었고, 희망곡을 보낸다는것 또한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었는데, 제 동생은 그 희망하는 노래를 자신이 직접 신청하는것이었습니다.
너도 노래 신청해 하려고? 이렇게 물어보니, 제 동생 하는 말이, 자기의 친구중에 그렇게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이 신청한 좋은 노래들을 듣는것도 좋지만, 자신이 신청한 노래가 직접 전파를 타고 나오면 말할 수 없이 기쁘다는것이었습니다.
친구가 많았으니,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는 친구도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뭘 그렇게 빼곡히 적니? 그리고 왠 그림들?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전 그런 노래 신청이란건, 그냥 희망곡이나 하나 달랑 적어 보낼 줄 알았는데, 제 동생은 밋밋한 엽서를 예쁘게 치장해서 보내는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엽서를 보내고 나선, 매일 저녁 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동안에는, 고물 릴(Reel) 녹음기를 준비 시켜 놓고, 노래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닷새 되는 날, 드디어 자신이 신청한 곡이 나오자 환호하며 녹음을 했어요. 이미 노래가 이미 시작되었고, 그때서야 레코딩을 시작해서 노래의 첨 몇부분을 놓쳤지만, 제 동생은 그 후로 그 녹음된 노래를 보배인양, 소중하게 간직하고 두고 두고 들었습니다.
이젠 어느듯 오랜 세월이 흘러서, 제 동생은 두 아들을 거느린 넉넉한 가장이 되었고, 요즘은 컴퓨터 공부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답니다.
아직도 관제엽서로 음악사연과 신청을 하는 분이 있을까요? 아마도 더이상 관제엽서로 노래를 보내시는 분은 없을것 같아요. 전화나 팩스 그리고 인터넷으로 노래를 신청하시는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한 자신이 신청한 노래를 혹시 듣지 못했거나, 또는 사연이나 또는 노래의 처음 몇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는것 같아요. 바로 AOD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기술의 발달은 음악 사연을 띄우는 문화도 바꾸어 버린것 같습니다.
*광주시 남구 주월2동 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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