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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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 맛을 몰랐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귀빈씨!
결혼하고 3개월쯤지나 임신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임신인줄 몰랐어요.
봄에 찾아오는 춘곤증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이유도 없이 온몸이 나른하고 식욕도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터는 방구석에 자리보존하고 누워만 있었지요.
먹은 것이 없으니 삶에 생기이라고는 찾아 볼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귀찮았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집가까이 있는 병원에 들렸더니~
임신이 아닌 완성 관절이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만 부등켜 않고 집으로 돌아 왔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사형수가 마지막 걸어가는 기분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결혼전에는 뚱뚱하고 피부가 하얗다는 이유로 고모부님께서 흰돼지라고 불렀어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소화가 안된다느니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면..........
왜 소화가 안된다는 말을 할까 생각했어요.
병원에서 처방해주시는 관절약을 먹어도 아무런 효과는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방구석에 누워서 천장만 쳐다 보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추어탕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이상하다는 느낌에 몸을 겨우 추스러서 다른 산부인과에 들렸더니 임신 3개월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지금이야 추어탕을 별미 음식으로 많이들 먹고 있지만,
저 어릴 때 늦가을 다랑이논 흙탕물이 고여 있는 곳이라면 포동포동하게 살찐 미꾸라지가 많이도 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가을 추수가 시작될 무렵, 도구에 물을 빼시고는 언제나 미꾸라지를 잡아 오셨고, 어머니께서는 텃밭에서 싱싱한 무우청 뜯어 삶아 된장 풀고 땡초 풋고추 넣고 얼큰하게 추어탕을 끓여 주셨는데 저는 먹지를 않했어요.
이유는 아버지께서 잡아오신 미꾸라지를 소쿠리에 넣고 소금을 뿌리면 서로 엉겨붙어 요동을 치는 그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처참하게 보였었나 봐요. "엄마 미꾸라지가 너무 불쌍해. 그리고 뱀같이 생겨서 징그러럽다고 말했다가 엄청 혼이 났습니다. "가스나 년이 배가 부르니까 별소리를 다 하고 있다고......"
방구석 등지고 누워 있으니까 내 어릴때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그 추어탕이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꿈속에서 추어탕 몇 그릇을 먹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었습니다. 그 순간 만큼의 허탈감이란....
그대로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어요.

남편따라 서울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는데 경상도 음식과 서울 음식은 너무나 많이 달랐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고향의 향수처럼 어머니 냄새가 나는 그 추억탕 한그릇만 먹고나면 살 것 같았고, 힘이 솟아 날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누워만 있다 그래도 살겠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길거리를 헤매 찾아나서면 거리에 보이는 간판들은 소금구이, 돼지 삼겹살 등등 저가 찾는 추어탕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남편이 광주로 발령이 났습니다.
이삿짐에 실려 오면서 차안에서 쳐다보니 식당유리창에 뚜렷이 새겨진 추어탕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면서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 추어탕이었으면. 주위 사람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삿짐 내린다고 야단법석인데 저는 금방이라도 쓰려질 것 같은 몸으로 식당문열고 들어가서 추어탕을 눈 깜짝할사이에 두그릇을 먹어 버렸어요.

한그릇 다먹고 또 한그릇 더 달라고 말했더니 정말 다 먹을수 있겠느냐고 물어 오시는 주인아주머니 였습니다. 먹고 나니까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고 정말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바루 먹은 것 모두다 토해 냈지만 그래도 살 것 같았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힘들게 했던 그 아이가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답니다. 저 어렸을때 어머니께서 자주 끓여 주시던 그 추어탕, 지금 한번 그 맛으로 실컷 먹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기억속의 추어탕으로만 남아 있네요.감사합니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제일 파크 102동 603호
장영수
ps: 만약 방송채택된다면 도서 상품권으로 받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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