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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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계절은 속일수 없는 모양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바람 끝이 쌀쌀하기는 하지만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가까워 오는 요즘 볕이 잘드는 곳은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딱히 계절을 안 따지고 나오는 나물들때문에
따로 봄나물이라고 이름지을수 없는 나물들이 철을 안 따지고
가게마다 즐비합니다.
하지만 어릴적에는 봄이 되면 겨우내 신김치에 질려 있던 식구들 입맛을 살려주던 것들이 바로 봄나물들이였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구니 하나씩 옆에 끼고 논두렁,밭두렁으로 달려갔지요.
땅바닥에 바짝 붙어있는 냉이는 부리째 캐어 된장에 묻혀 먹기도 하고 보글보글 된장국에 넣으면 향이 어찌나 좋은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쥐불 놓은 자리마다 솜털 보송보송하던 보들보들한 쑥은 빡빡 씻어 조개 넣고 된장 풀어 쑥국도 끓여 먹고,쑥버무리도 만들어 우리 아버지 논 갈때 막걸리 한주전자와 새참으로 내가면 우리 아버지 막걸리 한 젖가락 드시고 "크~아!시원하다."하시고는 먼 산을 바라보시고는 하셨습니다.
우리 할머니 입맛 없으실때 드셨던 씀바귀나물은 할머니 하두 맛나게 드셔 그맛이 궁금해서 한입 먹엇다가 "퇘 퇘"뱉어 내기도 했습니다.
시린손 호호 불어가며 도랑에서 캐온 미나리를 잘 씻어 초무침 한 접시 내오면 온 집안 식구들 군침이 꿀떡 넘어 갔지요.
보리밭고랑에서 조심조심 캐온 하얀 알뿌리가 통통하던 달래는 달래간장 만들어 밥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최고 였지요.
논두렁,밭두렁 햇빛 따뜻하게 비추는 곳에 오글오글 앉아서 나물캐던 친구들도 고향을 다 떠났고 그때 먹던 나물들은 분명 이름은 같지만 그 맛이 그 향이 더 이상나지 않습니다.
아지랭이 아롱거리는 그 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봄나물을 올해는 꼭 캐보고 싶네요.
쑥국도 끓이고 냉이도 묻히고 달래간장 만들어 썩썩 밥 비벼 먹으며 옛날 맛을 느끼고 싶네요.


광주광역시 북구 신용동 용두주공 119-1702 (019-351-9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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