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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410_임시정부 기념일의 앵겔계수_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임시정부 기념일의 앵겔계수
■ 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백범 김구선생께서 남기신 ‘나의 소원’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다음 같은 문화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은 지금, 선생께서 꿈꾸었던 문화국가의 이상은 실현되었을까요? 작년 말의 엥겔계수 상승을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면 비관적입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고 자평하던 한국사회에서 작년에도 가계의 엥겔계수는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엥겔계수란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로서 그 사회의 가난의 정도를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어느 분석 결과는 엥겔계수 상승의 배경으로 소비 양극화와 함께 프리미엄 식료품 소비와 외식 빈도의 증가를 지적했습니다.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먹는 방송, 이른바 먹방프로그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여기저기 할 것 없는 먹는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는 방송들을 보면 수긍할 만도 합니다. 음식이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이고, 먹는 즐거움은 중요한 행복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필요를 넘어서까지 먹는 데 탐닉하는 세태는 감각적 만족에 머물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퇴행된 측면입니다. 더 나아가야 할 목표들이 있습니다. 문화국가를 지향하며 모델로 삼을 선진문화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먹고 마시는 데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이상을 추구했습니다. 신화와 철학과 논리학을 꽃피우고 인류 최초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했던 그리스 고전문화를 비롯해서 로마의 법률과 건축, 독일의 관념철학과 프랑스의 근대 미술, 북유럽의 복지제도, 뉴질랜드의 자연보존에 이르기까지 찬탄할 만한 문화들이 역사 속에 많았습니다.
이국땅에서 외롭고 힘든 독립의 기치를 세운지 100년, 이제 새롭게 다가올 100년의 이정표를 다시 세우고 그 이상을 향해 다시 노를 저어야 할 일입니다. 피와 땀으로 쟁취한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꿈이 배부르게 먹고 거기에 안주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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