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07시 55분

다시듣기

광주MBC_라디오칼럼 20190319_알아야 면장하제_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감사실장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감사실장

■ 알아야 면장하제

어르신들이 ‘알아야 면장을 하제’ 이 말을 자주 썼습니다. 여기서 ‘면장’이란 이장, 군수, 도지사 이런 높은 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담장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담장! 뭘 모르면 담벼락을 앞에 둔 것처럼 꽉 막히고 답답해서 더 나아가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배우고, 공부를 해서, 알고 나면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기사 ‘면장’ 같은 자리도 뭘 알아야 제대로 하지요. 윗자리에 앉으면, 그러니까 리더가 되면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또 어떻게 북돋아주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술술 풀리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왜 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서로 이야기해서 방향을 잡고, 방법을 찾고, 순서를 정해야지요. 좋아서 무작정 시작한 일이라 하더라도 하나씩 배우면서 해나가야 좋은 열매를 맺지 않겠습니까? ‘알아야 면장을 하는 법’이니까요.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뚱한 ‘지시’를 하게 되고, 터무니없이 가르치려고만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하니 일이 제대로 되지 않지요.

요즘은 어린 아이들조차도 대화 없이 지시를 하면 저항합니다. 옛날 것을 가르치려고만 하면 반항합니다. 지시하고 가르치는 일의 다른 말이 바로 ‘갑질’입니다. ‘갑질’은 상대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니까 생깁니다. 상대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하니까 갑질을 하는 것이지요. 어려운 말로는 ‘피해 감수성이 없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만 잘 될라고 생각하고, 책임은 떠넘기려고만 하니까 그렇지요.

부모 형제가 어떤 마음인지는 금방 알아채잖아요. 부모 형제를 잘 알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과 형제의 처지를 생각하기는 쉽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의 형편을 잘 알면 금방 이해를 합니다. 뭐 아무리 부모형제라도 그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못된 짓을 하게 되어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합니다만.

‘나’만 잘 되고, ‘내 자식’만 똑똑해지면 잘 살 것 같지만 으음, 그렇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나 가까이 사는 이웃이 힘들고 어려워지면 나 또한 몹시 불편해지잖아요? 지시하지 않으려면 일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일의 ‘순서’를 잘 알아야 합니다. 갑질하지 않으려면 상대의 마음 읽는 연습을 잘해야 합니다.

여기서 잠깐! 제가 제안하고 싶은 일은 이제 초 중고등학교에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과목, 그러니까 ‘피해 감수성’이란 과목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로 배우는 ‘피해 감수성’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보는 그런 과목 말입니다. 하지만 우선, 당장! 지시나 갑질을 없애려면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알아채는 연습을 많이 하시게용.^^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