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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314_주소의 불평등_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주소의 불평등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흔히 물어보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고향은 어디인지 지금 사는 곳은 어디신지, 또 아이들은 다 성장을 했는지, 이런 질문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질문들을 던지기가 갈수록 조심스러워집니다.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 같은 것입니다. 자녀의 대학을 물어보는 것이나 결혼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의 상처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 어느 동네에 사는지를 물어보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서로에게 가로놓인 경제적 위상의 절벽같은 것을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주택가격의 빈부격차와 이로 인한 시민들 사이의 위화감의 발생이 서울 뿐 아니라 광주에서도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시민들의 분노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서울 출신의 투기꾼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전에 없었던 투기꾼들의 광주 단체방문이 왜 이 시기에 나타났는지도 의아한 일이고, 투기꾼들의 소행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들이 다가올 변화를 미리 알고 집값을 올리고 있을 때, 그것을 예방하고 단속하고 대처해야 할 행정기관에서 이를 모르고 있었거나 대처할 방법이나 의지를 갖고 있지 못했던 책임이 감면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지난 2009년 특별시와 광역시의 도시기본계획승인권이 지방으로 이양되었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난 것입니다. 이제 지방에서도 해당 도시 안에서의 불균형과 격차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문제가 예견될 때 도로나 공원, 녹지공간과 같은 기반시설의 재배치, 일자리의 유치, 교육기관의 위치선정 등을 통해 대처하고, 도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다. 광역의 지방공간에서 혁신도시와 같은 신도시의 건설 등 도시환경 변화가 불러올 주택 수요의 집중을 예측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서울에서는 이미 고착화되었지만 지방에서는 이제 시작단계이므로 지금이라도 나서야 합니다. 전라남도와 광주시의 지역 도시개발 기본계획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 계획 내부에 오늘의 문제를 불러온 허점은 없었는지, 그리고 지난 시간동안 그 계획들은 제대로 실천이 되었는지 들여다보고 개선을 촉구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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