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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313_버스킹에도 철학이 있다_장용석 문화기획자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장용석 문화기획자
■ 버스킹에도 철학이 있다
길거리 라이브 공연을 뜻하는 버스킹(Busking)은, 어원적으로 스페인어 ‘Buscar’ 동사. ‘찾다’, ‘발견하다’, ‘깨닫다’라는 말에서 유래됐습니다. 그래서 버스킹은 단순한 거리 음악공연 정도가 아니라 연주자와 관람자 혹은 음악이란 매개체를 통해서 상호간 소통과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공간 그 자체이자 순간이며, 철학적 메소드로써 기능하는 특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버스킹은 단순히 거리에서 음악을 하는게 아니라 뮤지션과 관객이 음악이란 매개체를 통하여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서로 소통하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의 의미가 더 큰 ‘하나의 공연’입니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5년 이후 지역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많아졌는데, 2000년대에 들어와 비로소 ‘버스킹’이란 개념이 국내 공연계에 일반화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버스킹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종종 버스킹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된 현장을 목도하곤 합니다.
영화 ‘원스’(Once)의 배경으로 등장해서 유명세를 탔으며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버스커들이 자유롭게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유럽 최대의 버스킹 스트리트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그래프튼 스트리트(Grafton ST.)에는 버스킹 공연에 대한 하나의 규칙이 있습니다. 거리 공연에 대한 규칙은 매우 자유로우나, 반드시 라이브로 공연을 해야 하는 규칙을 버스커들끼리의 약속으로 정해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간의 버스킹 공연 공간에 대한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간격을 불문율처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킹 본연의 의미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연자들도 공연의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이즈음에 최근 우리 지역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각 지자체의 축제, 행사관련 버스킹 문화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노점들의 폭리나 불친절, 외지인과의 마찰 등과 더불어 난립하는 버스킹 공연도 그 도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거리의 공연이라 해서 대체적으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혹은 연주자(공연자)에 대한 홀대, 관객과 공연 장소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는 것 등은 결국 그 행사(축제)와 관광도시로서의 품격과 이미지를 깎아먹는 일이 됩니다.
더군다나 최근 곳곳에서 과도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생활·주거 불편으로 주민이 내몰리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병폐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라서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버스킹 문화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버스킹에도 그만한 철학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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