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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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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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법_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 소장_20190213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 소장

■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법

2018년 우리나라 출생아 등록건수가 32만5천명, 합계출산율은 0.97명에 그쳤습니다. 35만8000명이 출생해 합계출산율 1.05명을 기록했던 2017년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197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인데다, 출생아가 가장 많았던 1971년 101만 명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입니다. 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1명 미만의 자녀를 낳는 인구절벽 시대가 온 것입니다. 세계 최초, OECD 국가 최하위의 불명예입니다.

지역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17년 광주시 합계출산율은 1.05, 동구는 0.93, 남구는 0.95, 서구는 0.98, 광산구만 1.21입니다. 물론 그 동안 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2006년부터 13년 동안 저출산 예산으로 153조 원을 썼습니다. 자치단체들도 출산용품, 출산장려금, 보육아 지원혜택을 확대했지만 예산만 소진했을 뿐 별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습니다. 한국은 저출산·초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과속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외신을 검색해보면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인구절벽 대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으려는 겁니다.

지금까지 정부 대응은 출산율 제고가 핵심이었습니다. 정부가 임신·출산·보육 등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세금 감면, 보육시설 지원, 육아휴직 확대, 임대주택 지원은 물론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혜택을 주는 다양한 출산 장려정책을 편 이유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낳은 후 지원책만 가득하니 상황이 개선될 리 없습니다. 당연히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산율 목표치 대신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습니다. 출생아 수 급감은 장시간 노동, 고용·주거 불안, 젠더 불평등에서 비롯된다는 진단에 따른 것입니다. 출산보다 청소년들을 새 시대 일꾼으로 더 건강하게, 잘 키우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다문화 자녀를 이방인에서 한국인이 되도록 돕자는 당연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외국인 이민자 적극 수용도 같은 맥락에서 주창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은, 정책기조는 이전 정부와 분명 다른데, 편성된 예산은 여전히 출산, 양육 지원 정책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지도도 없이 가는 꼴입니다. 정 해결책을 못 찾겠다면, 일본 정부가 마을, 사람, 일자리 창생법을 제정하여 지방 활성화, 일 가정 양립,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사례라도 서둘러 도입해볼 것을 권합니다. 최소한 길을 잃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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