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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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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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큰 틀의 지역, 탁월한 지방자치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_20190117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큰 틀의 지역, 탁월한 지방자치

4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광주 인근 시골에서 태어나서 중학교부터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의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입때껏 서울에서 또 다른 나라에서 공부도 하고 직장생활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갈망하던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든 게 있다면서 저한테 물었습니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 사이에 무슨 국경선이라도 그어진 겁니까?” 그는 광주와 전남을 분리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냥 한 덩어리로 고향이었던 겁니다. 그런 그의 눈으로 볼 때 광주시와 전라남도, 그리고 여러 시군 자치단체가 벌이는 배타적인 정책들이 거슬렸던 겁니다.

한전 공대를 서로 유치하겠다며 각축을 벌이는 모습도 그중 하나라고 합니다. 지역 전체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방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무조건 끌어당기는 대결장이 된 게 안타깝다고 합니다. 대체 언제부터 광주사람과 전남사람이 따로 있었고, 우리가 더 잘 살아야 한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이가 되었을까요. 아마도 광주와 전남이 분리되고, 또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각자 차별적인 지역발전과 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욕에서 비롯되었을 겁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물론 국회의원조차도 어떤 시설이든 자신의 지역구에 세워야 하고, 사업도 벌여야 한다며 각축하다보니 인근 지역과의 상생, 협치나 균형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이 보기에는 광주와 전남의 이해다툼이나 인접한 시군들이 따로따로 진행하는 여러 사업들이 불편하기도 하고 예산 낭비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형 체육시설이나 문화센터를 지역마다 엄청난 규모로 지어놨지만 텅텅 비워놓기 일쑤인 점도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인구도 줄어드는 마당에 인접한 지역들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시설을 하나씩 나눠짓고 함께 이용할 수는 없는 걸까요? 공사비를 줄이는 대신 보다 다양하고 유익한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사례는 정말 외국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요? 광주와 전남 사이를 오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승강장에서 내릴 수가 없다고 합니다. 광주버스와 전남버스를 엄격히 구분해서 발생하는 불편함은 도대체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누구에게 필요한 교통정책인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광주와 전남을 따로 분리해서는 매력적인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좁은 경계에 갇히지 않고 보다 큰 틀에서 지역의 비전을 그려나가는 탁월한 지방정치를, 지방자치를 간절히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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