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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Nullius in Verva_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장_20190123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장
■ Nullius in Verva
“어항에 살아 있는 붕어를 넣으면 무게 변화가 없지만 죽은 붕어를 넣으면 무게가 늘어난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당대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질문을 던진 이가 국왕 찰스 2세였기 때문입니다. 절대군주 앞에서 과학자들이 미적거리는 순간, 젊은 학자가 용기를 냈습니다. “실험을 합시다.’
실험 결과 어항의 무게는 산 붕어나 죽은 붕어 모두 같았습니다. 왕이 틀린 거죠. 학자들은 숨을 죽이고 국왕의 입을 주시했습니다. 찰스 2세는 젊은 과학자와 어항을 번갈아 보더니 점잖게 말했습니다. Odd Fish! 기묘한 물고기라는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똑똑한 사람’, ‘네가 맞다’ 정도의 의미로 쓰입니다. 찰스 2세와 기묘한 금붕어 실험을 했던 학자들의 모임은 런던왕립학회. 이 학회의 모토는 ‘Nullius in Verba’, '누구의 말도 그대로 취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날리어스 인 베르바의 정신은 과학의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손혜원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한 방송사의 보도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와 직권남용 의혹은 갈수록 확대일로입니다. 여론은 홍해바다처럼 쩍 갈라졌습니다. 부동산투기와 권력형 비리, 직권남용이라는 비난에 선의의 투자, 적법한 의정활동, 지역 건설업자의 음모론이 맞서는 형국입니다. 진실은 없고 진영대립만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혜원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는 결국 날리어스 인 베르바입니다. 국회의원은 공직자이자 헌법기관입니다. 국회의원 손혜원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의도가 아닌 결과, 헌법과 실정법 저촉 여부로 판단하면 됩니다. 헌법 제46조 3항은 “국회의원이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 2항은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공직자는 반드시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 검찰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검증해보면 손혜원 의원이 헌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준수했는지 밝혀질 겁니다.
이제 프레임을 벗고 사실을 영접할 시간입니다. 다만 제가 과문(寡聞)해서인지는 몰라도, 지금껏 선의든 탐욕이든 헌법기관이 투자를 하거나 투자를 권유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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