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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잔인한 나라의 앨리스_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_20190122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잔인한 나라의 앨리스
한국을 찾아온 외국 젊은이들의 여행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언젠가 낙지를 산 채로 불판 위에 올려 익혀먹는 음식경험을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뜨거운 불판위에서 고통속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그 모습에 끔찍해 하며 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표정들입니다.
수십명의 축제 참가자들이 좁은 수조에 들어가서 가두어 둔 물고기를 손으로 잡게 하는 지역 축제의 물고기 잡기 놀이도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살아있는 물고기의 공포를 즐긴다는 점에서 비슷한 잔혹함이 느껴집니다. 낙지를 산 채로 굽거나 칼로 잘라서 꿈틀거리는 상태로 입에 넣는 낙지 요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음식 10가지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서 식물도 먹고 동물도 먹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사냥과 고기잡이를 하고 요리를 해 먹더라도 그 방법에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다운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어차피 곧 죽을 하고많은 음식재료 가운데 하나인데 그들이 어떻게 죽던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고통과 공포에 몸부림치는 그 모습들을 보고, 먹고, 즐기면서 모르는 사이 우리의 심성조차 사람을 포함하여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일에 익숙해져 가고 잔인함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특히 힘없는 자들에게 가혹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지난 5년간 무려 15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했습니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새해 들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병원에서 특정 간호사를 괴롭히는 악습은 불로 재가 되도록 태우듯이 괴롭힌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 도사린 잔인함의 얼굴들입니다.
아무리 잘 살게 된다고 해도 생명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수 없습니다. 살생을 금지하고 모든 생명에게 자비를 베풀라는 불가의 가르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폭력과 잔인함을 줄여나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과 축제문화도 인간적인 모습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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