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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어떤 날을 상상함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_20190110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어떤 날을 상상함
새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올해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꿈꾸는 일들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하늘로 올려 보냈습니다. 저의 이런 바람이 이루어질 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을 테니 올해도 힘차게 걸어 가보기로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금강산 여행을 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떤 이가 지난 날, ‘통일은 대박’이라 외쳤던 낡은 유물을 뒤로 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서 만나고, 오고 가고, 그리고 여러 걸음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아름다운 물결을 이룰 때가 올해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가난한 사랑노래가 온 겨레의 방방곡곡에서 울리는 그 시작은 금강산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우리가 남과 북으로 나뉘기 전에는 학생들이 금강산으로 자유로이 수학여행을 다녔고, 작가들은 금강산을 찾아 정신을 다듬었고, 그리고 작품을 남겼습니다. 우리 비록 지금은 자유로이 갈 수 없는 땅이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작품 속에는 주저리 주저리 전설이 달려 있고, 일 만 이천 봉의 기상이 서려 있으며, 구룡폭포의 물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곳을 그 옛날처럼 어느 날 어느 때라도 가보고 싶을 때 달려갈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가 금강산을 둘러보고,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날을 꿈꿔봅니다. 비단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금강산 너머 백두산이 있기 때문이요, 백두산에 오른다는 것은 통일의 다른 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상만으로 기쁜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보지 못한 구룡폭포를 상상합니다. 조운의 「구룡폭포」를 읊조리면 마치 금강산 구룡폭포가 눈앞에서 장관을 연출하는 듯합니다.
사람이 몇 생(生)이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劫)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金剛)의 물이 되나! 금강의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玉流)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과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새해엔 우리 모두에게 ‘구룡폭포’처럼 맑은 소리만 울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리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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