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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그린아, 사랑하는 아이야_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_20190103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
■ 그린아, 사랑하는 아이야
도서관 한 쪽 귀퉁이에서 잇 사이로 간간히 흘러나오던 작은 울음이
친구 무릎에 얼굴을 묻자 오열로 변하더니만
그린아, 무에 그리 서럽게 울어야 했더냐
친구들 하나 둘 씩 몰려들어 오고선생님들 무슨 일인가 고개를 내밀 때
네 울음 도서관 너머 복도를 타고 교실마다 학생들마다 전체 학교를 삼키게 까지
그린아, 무에 그리 고통스럽게 울어야 했더냐
왜냐고 왜 우느냐고 그러지 말라고 네 울음 따라 친구가 울먹이고 선생님도 가슴을 누를 때
울어야 하는 이유, 슬픔의 이유마저도 네 큰 울음은 맑게 개인 하늘이 되어
처음 시작한 학교 처음 만들어가는 관계 그 큰 긴장을
그린아, 파릇하게 씻어 내었구나
생텍쥐베리는 〖어린 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사막은 생명이 살아가기에 아주 부적합한 곳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생명이 스러지지 않고 움틀 수 있는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사막이 불모지 같아 보이지만 샘을 발견한다면 생명은 약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 겉 거죽이 죽어 말라빠진 사막과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 내면에는 오아시스가 있습니다. 그 오아시스가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선생의 책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안의 샘물줄기를 발견하여 스스로에게 물을 주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가는 길에서 그것을 지켜보아 주는 것도 선생의 역할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땅의 아이들은 대부분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학창시절을 보내는데, 대안학교에는 그나마 아이들이 숨을 쉴 공간들이 있습니다. 대안학교 현장에서는 역동적인 사건들이 즐비하게 발생하고 그 사건들 속에서 아이들은 학교 이전과 이후에 겪은 상처를 치유해 말라빠진 자신을 살려가고 성장해 갑니다.
위의 시에 나온 ‘그린’이의 울음 사건은 2010년 지혜학교가 개교하고 나서 여름 방학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발생한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갑자기 ‘그린’이가 울먹입니다. 곁에 있던 친구가 달래자 ‘그린’이는 엉엉 점점 더 큰 소리로 통곡을 합니다. 사실 ‘그린’이의 눈물에서는 뚜렷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학교 이전의 삶의 무게와 처음 문을 연 학교생활에서 쌓인 무의식적 중압감 그리고 뭔가를 향한 그리움이 ‘그린’이를 서럽게 울게 한 것이었기 때문에 위로나 질문이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옆에서 안아주고 함께 해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린’이가 진정이 된 후에도 상담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린’이의 울음은 모든 학생과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 모두의 울음이었고 그렇게 대안학교 구성원들인 우리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린’이의 울음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사막을 뚫고 솟아오른 오아시스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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