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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자식 사랑, 부모의 일탈_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_2018122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
■ 자식 사랑, 부모의 일탈
12월 되어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올 해도 다사다난 했었다는 감회를 느끼게 됩니다. 올 한 해에 생긴 많은 사건과 사고 가운데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가 컸던 것으로 교사 아버지의 시험지 유출 사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그것을 돕는 마음이 지나치게 되면 어떻게까지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부모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특정한 개인적 범죄로 치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서는 우리 사회가 반성의 기회마저 놓치는 것입니다. 시험지 유출과 같은 범죄의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다 해도 지금 장년 세대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법에 문제는 없었는지 돌아볼 만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장년과 노년세대는 50년대와 60년대의 어렵고 힘든 시절에 태어나 생존하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왔습니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오늘의 외형적 발전을 가져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시험지 사건은 외형적 성장의 내면세계가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뒤집어서 보여주었습니다. 본인들이 겪었던 힘든 경험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 세대의 소망이 과보호로 나타나 자녀들을 유약하게 만들고 자기 가족만을 생각하는 가족 이기주의가 사회의 근본 질서를 뒤틀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라는 부모 의존적 세대의 출현도 그 결과일 것입니다.
근대의 위대한 정치가들의 리더쉽을 분석한 어느 역사학자는 성공한 정치가들의 성장환경에 대한 흥미로운 통계결과를 제시합니다. 그들이 양부모 가운데 한 분이나 두 분 모두를 일찍 잃고 자랐다는 것입니다. 아홉 살때 어머니를 잃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 등 그가 제시한 사례는 많습니다. 홀로 서야만 하는 고독하고 힘들고 거친 환경이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선물은 몰래 빼낸 시험지와 답안지가 아니라 모두가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원칙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홀로서기 위한 자립의 훈련을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느끼고 배우고 그리고 이 해를 떠나 보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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