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듣기
광주MBC 라디오칼럼_갑질없는 사회_김정희 변호사_20181226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김정희 변호사
■ 갑질없는 사회
청취자 여러분 2018년 한 해 어떠셨는지요? 올 한 해를 우리 사회를 돌아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단어는 남북평화였던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두 손을 꼭 잡은 남북정상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부정적 키워드도 있습니다. 이른바 ‘갑질’입니다.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인데요, 땅콩회항의 조현아, 그에 이은 그 여동생과 어머니가 한 대한항공의 갑질 사건은 유명합니다. 조선일보사 방모 회장의 손녀의 운전기사 갑질사건. 교촌치킨, 미스터피자 등 유통기업의 갑질 사건. 이 사건들은 오너 일가에 만연된 인간 경시, 범죄적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고, 먹고 살기 위해 멸시와 모멸을 견뎌야 할 우리네 삶의 고단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웹하드 회사의 양모 회장의 갑질은 엽기 그 자체였습니다. 그 외에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우리가 모르고 넘어가는 갑질들은 더욱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갑질은 없어져야 합니다. 사람보다 더 높은 벼슬은 없으니까요. 없이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것은 헌법의 명령입니다.
한편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에 문제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갑질’이 아니라 ‘갑질 범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에게 욕하고, 폭행하고, 다치게 하는 것은 단순한 ‘갑질’이 아니라, ‘갑질 범죄’입니다. 그것도 거래상 지위나 직위를 이용한 악랄한 범죄이므로 엄벌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현아와 양진호가 처벌 받으면 갑질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문제는 갑이 을을 무시하고, 함부로 할 수 있는 불평등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대한항공 사건, 양 회장 사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른바 갑의 파렴치한 태도에 집중하다가, 불평등의 구조를 간과할 수 있습니다.
갑질의 이면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갑은 승자 독식으로 차지한 우월한 지위로, 을들의 지위를 쥐락펴락 할 수 있고, 을은 먹고 살기 위해 불이익은 물론 치욕과 모멸 그리고 신체적 고통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갑을 규제하고 그 힘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을을 보호해 갑과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법이 해야 할 일입니다.
또한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갑을문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을’들이 당당할 수 있도록 거래에 실패하고,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최소한의 문화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의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갑을관계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내년 한해에는 갑질 없는 사회, 조금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