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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디지털 시대의 위험관리_전남대학교 김은희 경영학부 교수_2018121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전남대학교 김은희 경영학부 교수
■ 디지털 시대의 위험관리
지난달 말 서울 중심가에 있는 지하통신구 화재로 인근지역 통신 이용자들은 말 그대로 ‘통신 암흑’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화재 현장 인근의 112 시스템과 병원 전산망, 무인경비 시스템도 한때 마비되었고, 카드 결제와 주문 시스템이 끊기면서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도 일대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 지역 한 시민의 넋두리처럼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은 이미 디지털세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정보통신기술로 ‘초연결’된 도심에서 발생한 이 재난은 의료, 치안, 금융을 비롯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망가뜨리면서 초연결사회에서 무력화된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5G 등 첨단 통신신경망이 앞다투어 열리면, 더 빠르고 더 촘촘하지만 또 그래서 더욱 더 디지털 의존적인 세상이 되겠지요. 디지털 사회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합니다. 복잡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속에 사실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의 개방적인 구조와 국가와 지역을 초월한 상호 의존성은 이러한 위험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연결의 정도가, 영향을 주고받는 정도가 클수록 더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따로 떨어져 있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위험도 서로 연결돼 있다면 안전하던 것들도 위험에 빠지게 되어 때로 연동된 반응을 통해 국가와 같은 전체 네트워크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혁명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편리의 대가로 양보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회안전망이 그것이겠지요. 이번 일만 해도 비용의 문제로 통신회사나 이를 이용하는 기업도 백업 통신망을 준비해 둔다든지 하는 안전망 구축에는 관심이 없다고 소비자들은 불평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위험은 사전적인 통제가 쉽지 않고 통신회사나 일반 기업이 안전망 구축을 모두 떠안을 수만도 없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기존의 체계와 제도로는 대응과 통제가 어려운 특성을 지닙니다. 디지털 사회의 위험관리를 위한 시스템의 구축은 민간과 정부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민간기업이나 통신회사에서 져야할 책무도 국가에 의해 마땅히 규정되어야 합니다. 안전을 자율에만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문제는 새로운 디지털세상이 열리는 속도에 비해 국가에서 법률로써 규정된 규제나 안전요강은 한참이나 낙후되어 있어서 안전보장을 위한 실효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디지털 안전망 구축은 사회 비용으로, 또 기업의 생산비용의 일부로 서로 나누어 부담하여야 합니다.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의 이면에 있는 위험에 대해 나누어 부담하지 않으면 우리 시민들이 장차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지도 모르니까요. 혁신경제를 지향하는 정부가 디지털안전망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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