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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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시대착오적 교복착용을 폐지하라_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_20181214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

■ 시대착오적 교복착용을 폐지하라

요즘 중·고등학교 학생들 무상교복문제로 여기저기에서 옥신각신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교복착용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나, 교복의 다양화의 문제에 대한 설왕설래는 모두 부분적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럴 때는 사태의 바깥으로 나가서 그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자세일 것입니다.

애초에 세상에는 교복이라는 제도가 없었습니다. 교육에서, 그 없었던 교복이 등장하게 된 것은 근대식 교육이 출현하고 나서부터입니다. 근대 산업사회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지향하는 사회체제입니다. 거기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동일하게 생산해 내는 것이 미덕이 됩니다. 산업사회는 거기에 적합한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근대식 학교를 필요로 하였습니다.

산업사회에서 권장된 교육의 덕목은 창의성이나 개성이나 다양성이 아니라 단일한 사고와 성실성과 순종이었기 때문에, 동일한 교과서를 사용하여 똑 같은 생각을 가진 인간 양성이 교육의 목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동일한 교복제도도 필요해집니다.

또한 교복이라는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복장제도는 효율적 지배와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군사주의적, 일방통행식 문화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기도 합니다. 효율성과 획일성은 군대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인데 명령과 복종만이 유일한 덕목인 군사문화에서 다양한 사고는 불온한 것이 됩니다. 그러한 군사문화의 특징과 대량생산 체제가 맞아 떨어져서 학생들에게 제복을 입히게 된 것이 오늘날의 교복제도입니다.

지금은 후기 산업사회입니다. 정보사회, 디지털문화사회, 가상문화사회에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아무런 판단이나 고민 없이 하루를 시작하도록 획일적이고 무개성적인, 동일한 교복을 입힌다는 것은 4차 혁명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은 구태입니다.

4차혁명 시대에서 필요한 인간상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거침없는 의사표현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끝 간데 없이 따라가 보고 무슨 말이나 거침없이 할 수 있고, 자신의 주체적 판단을 습관화할 줄 아는 아이들을 기대하려면 일상에서 사고를 제한하는 그 어떤 제도나 문화도 치워져야만 합니다.

이렇게 산업사회 밖으로 나와서 지금 우리에게 작동되고 있는 구시대의 잔재를 바라보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교복, 그것은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한쪽에서는 사복을 입히면 가난한 학생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어려운 학생에게 의류비를 지원하면 됩니다. 상황과 조건이 만만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태의 본질은 ‘무상 교복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교복폐지냐 아니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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