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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첨단 사회의 블랙 아웃_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_20181206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
■ 첨단 사회의 블랙 아웃
근래 들어 왠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대한 공포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이 발전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첫 눈과 함께 들떠있던 서울의 한 지역에서 토요일 오후 갑작스럽게 통신 단절이 발생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일순간 사람들의 생활이 석기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한 통신사 지점 통신구의 화재 사건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통신두절이라는 전래없는 사태와 맞딱뜨린 것입니다. 통신이라고 하는 것이 그저 다이얼을 돌려서 전화 정도를 하던 단계였다면 이 사고는 그저 약간 불편한 사고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통신 강국의 한복판 서울에서 일어난 인터넷 불통은 재앙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첫 눈 온 날의 약속 시간과 장소의 확인이 불가능한 것은 그나마 낭만적인 혼돈이었습니다. 119 소방 방재시스템과 병원 응급실의 전산망 등 분초를 다투는 사회안전망들이 곳곳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신용카드 단말기가 쓸모없게 된 가게들에서는 현금을 가진 사람들만 물건을 살 수 있었고 변경된 약속으로 기차시간을 바꾸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기차역까지 직접 가야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전파가 제공되는 iptv들이 먹통이므로 이 사태가 왜 생겼는지 언제쯤 해소될 것인지 설명해 줄 뉴스도 접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통신구 화재사고는 첨단기술 위에 세워진 우리 사회가 작은 사고 앞에서도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무선 인터넷 통신 뿐 아닙니다. 수십층을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는 고층건물의 출입시스템, 대형 수원지에 의존하고 있는 도시의 상수도 공급 시스템, 발전소 하나가 몇 개 도시의 동력을 맡고 있는 발전 송전시스템 등 우리가 응급 재난 상황을 고려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부분은 한 두 곳이 아닙니다.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돈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중이용 설비의 중앙 집중식 공급 구조를 분산식으로 바꾸고 전산 자료의 공동 백업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사고에서 배우고 문제를 깨닫고 구조적인 보완을 이룰 수 있다면 첫눈 온 날의 원시시대 체험은 미래의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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