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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수능과 우리사회_김정희 변호사_20181119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김정희 변호사
■ 수능과 우리사회
수능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수능 때마다 한파가 몰아닥쳐 걱정했는데요, 지난 수능 때는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수능 때의 떨림과 긴장감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때 당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영화와 노래로 나올 정도로 학교 교육현장의 화두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어떻게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과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대학입시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시험 한 방으로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통해서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수시전형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수시가 생긴지 20년 넘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던 젊은이들은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좋아졌을까요?
최근 숙명여고 사건이 교육 현장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본분을 잊어버리고 시험지를 유출하고, 아이들은 그 답안지를 그대로 시험을 봐서 일등을 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입니다. 과잉된 입시경쟁 속에서 일그러진 교사이자 아버지, 그리고 경쟁 속에 반항할 자유마저 거세당한 아이들의 무기력 도덕불감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분노하는 것은 쌍둥이와 그 아빠의 부도덕한 행동만은 아닐 것입니다. ‘과연 우리 입시제도는 공정한가’ 에 대한 의문과 분노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과 얼마 전에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견되었습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의 초점은 쌍둥이 아빠가 죄가 있는지 처벌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 고민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통해 반성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할 것입니다.
성적을 잘 받아 좋은 대학교를 간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을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이를 반증합니다. 교육 목적은 아이들을 자유로운 인격체로 성장시키는데 있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에는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대학 이후의 삶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야 할 것이며, 설혹 입시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기성세대에게 묻습니다. 이제 이러한 경쟁들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지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삶의 방식이 지나치게 아이들을 간섭하고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편안하게 결과를 기다리기 바랍니다. 그 결과가 어떠하든 여러분들에게는 새로운 길들이 열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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