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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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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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생산적인 회의_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_20181114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

■ 생산적인 회의

지난 주 어느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회의에 참석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의미있는 주제를 다루는 자리였기에 진지하게 나름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되면서 해당 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좁은 선택지가 이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회의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나서 결정했노라고 말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셈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다른 생각들을 모으고 그 토대 위에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과정, 그것을 우리는 회의라고 부릅니다. 그 형태가 어떤 것이건 회의는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잘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시간이지만 많은 경우 낙후된 면모를 바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에서는 회의가 조직 수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기 일쑤입니다. 반대로 수평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서의 회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흔들리는 물결위의 배처럼 제자리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참고 듣지 못하고 말을 가로막거나 발언 도중에 자기 말을 해댑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3곳 가운데 20위에 그쳤습니다. 어느 나라보다 많은 시간 일하지만 효율과 생산성은 높지 못한 나라, 그 비생산성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가 낙후된 회의문화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회의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의견을 끈기있게 듣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남들이 싫어하더라도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을 모두에게 말하는 용기와 자기희생도 있어야 합니다. 곧 다가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 위험의 징후를 발견하기 위해 사람들이 내는 경고음을 진지하게 청취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배려와 경청과 인내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회의문화를 바꾸어간다면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조화와 화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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