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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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작은 것이 아름답다_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_20181106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세계는 그 시작에서부터 ‘생활 집단’의 확대의 역사였습니다. 생활 단위들은 무리생활에서 씨족사회로, 부족국가로, 부족연맹국가로, 중앙집권국가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집단이 확대되는 이면에는 ‘큰 것이 아름답다.’ 라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각 집단은, 자기 집단의 규모와 영토가 클수록 주변 집단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기 형태의 지배·피지배 계층 모두 자기 집단의 규모를 확대하려 애썼습니다.

그런데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집단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장치들이 요구되었고 그 과정에서 힘의 균형추가 특정계층에게로 더욱 기울어지게 됩니다. 특정계층이 집단의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서 내세운 명분이 ‘천명사상’이나 ‘신분제’라는 인간등급제였고 그들은 통치기구와 그것을 뒷받침 하는 율령체제 등을 고안해서 하층민들을 통치하게 됩니다.

그런데 서양의 근대 이후 ‘큰 것이 아름답다.’ 라는 신화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서양 근대 사회 출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자유’와 ‘개인’ 담론의 탄생입니다. 개인의 출현과 자유의 확대는 혈통 중심의 신분제 사회질서의 해체를 요구함과 동시에 개인의 다양성 보장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신분제가 폐지되자, 기존의 지배계층이었던 왕과 귀족 그리고 성직자 대신에, 부르주아가 그들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부르주아들은 봉건적 지배체제 대신에 ‘대의제정치’라는 정치체제를 도입하는데 사실상 대의제라는 것은 신분제를 대체한 정치체제일 뿐입니다. 다만 법적으로 차별적 대우가 정당화된 신분사회냐 아니면 법적으로는 평등하되 사실상 불평등한 자유주의 사회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부르주아들의 관심은 사유재산권의 자유와 영리활동 자유의 보장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 계층의 자유와 권리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하층민들의 자유와 권리와 다양성 요구는 억압하거나 침해하였습니다.

시대정신은 이미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 보장에 대한 요구와 실천은 후기 산업사회와 더불어 가속화됩니다. 후기 산업사회는 다 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미덕이 되는 시대로서 거기에 부응하는 필수적 가치는 자유와 다양성과 창의력입니다.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거대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작은 단위의 공동체들로의 분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율과 자치, 조화와 균형인데 그런 상태를 조성하는 데는 큰 공동체보다 작은 공동체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는 의사결정과 실행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지방정부에서 마을단위로 이행되는 과정으로 분화 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정치체제는 직접민주주의 형태를 띤 마을 공화국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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