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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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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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역사와 브랜드_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_20181101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

■ 역사와 브랜드

우리가 자주 쓰는 비슷한 발음의 영어 가운데 그 뜻이 정 반대인 단어가 있습니다. 브렌드와 트렌드입니다. 브렌드는 원래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 남부에서 기른 소를 북부의 시장으로 팔러갈 때 농장의 이름을 소의 등에 찍었던 불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의 어원은 뜨거운 불꽃이라는 말입니다. 브렌드는 어떤 회사의 명성이나 가치, 상표를 나타냅니다.

이에 반해서 트렌드는 경향이라거나 흐름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한국산 히트곡을 탄생시킨 가수 싸이는 브렌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라! 그러면 그것이 브렌드가 된다.”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해 버리면 자신의 개성과 생명력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산업과 시장 뿐 아니라 한 지역의 전통문화와 고유 역사를 지켜나가는 데에도 브렌드의 길과 트렌드의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 가야 역사의 연구와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상북도의 고령과 경상남도의 김해, 창녕 등 낙동강 유역의 지역들 뿐 아니라 전라북도의 장수와 남원, 전남 동부지역 등 호남 지역에서도 가야 관련 사업이 고고학계와 역사학계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호남의 동부지역에서 가야계통의 토기가 출토된다는 보고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야를 돌려보면 가야지역에서도 마한계통의 토기들이 발굴됩니다. 가야의 중심지인 고령이나 김해 지역에서는 영산강 유역에서 발원한 것으로 보이는 유공소호라는 독특한 토기가 빈번하게 발견됩니다. 학계에 보고된 것만 30점이 넘습니다.

고대의 문화란 인접해 있는 지역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던 것입니다. 가야의 역사에 대한 흔적을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함께 찾아내고 그 교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영호남의 화합을 위해서 의미있는 노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 속에서도 자기 지역의 개성과 고유성이 무엇이었는가를 놓치지 않고 지켜가는 것 그것이 자기 지역의 브랜드를 만들고 경쟁력을 지켜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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