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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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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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집값 폭등을 바라보며_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_20181023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

■ 집값 폭등을 바라보며

인간에게 집이란 안식처이며 가족구성원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이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집이 생활공간에서 투기대상으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특히 요즘, 시중의 유동자금이 호시탐탐 덩치를 키우기 위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던 차에, 서울에 불어 닥친 개발에 대한 기대가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였고, 주거가 불안한 서민들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하층민 내지 청년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집을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습니다.

한 때 우리부부는 서울에서 ‘부부교사’였습니다. 유산 한 푼 물려받지 못한 우리는 폭등하는 전세금 감당이 힘들어서 어떻게든 서울에다 집을 사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사려고 우리 집 수입과 지출을 대조해 보니 생계비와 자식들 교육비와 의료비를 제하고 나면 나머지 돈을 20년은 모아야만 집을 살 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서울에 집 사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서울보다 집값이 몇 배나 싼 지방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세상에서 집을 짓고 사는 동물은 사람과 새와 곤충뿐입니다. 여우나 곰 등도 집에서 살지만 그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동굴이나 나무구멍 등에서 살뿐이고 닭이나 소 같은 가축은 인간이 지어준 집에서 삽니다. 누에는 열흘을 살려고 창자에서 실을 뽑아 고치 집을 짓고, 제비는 여섯 달을 살려고 자기 침을 뱉어 섞은 진흙으로 보금자리 집을 짓습니다. 그리고 까치는 1년을 살려고 풀이나 지푸라기를 물어 날라 애써서 둥지를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입이 헐고 꼬리가 빠지기도 합니다.

새나 곤충들이 집을 짓는 것은 번식과 양육을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번식과 새끼 양육이 삶의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에 수많은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꼭 집을 장만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새와 곤충들은 투기를 위해서 집을 짓거나 투기를 위해 1가구 2주택이나 다주택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집은 이용의 개념이지 소유나 재산의 개념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새와 곤충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 새끼들이 자라서 독립을 할 무렵이 되면 그렇게 애써서 지은 집을 아무런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나갑니다. 어렸을 때,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짓고 살다가 다음 해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새집을 짓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많이 있습니다. 기왕에 지어진 빈 집에서 살면 되는데 왜 그렇게 까지 고생을 해가며 새로운 집을 짓는지, 당시에는 감염 개념을 잘 몰랐기 때문에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간도 새나 곤충처럼 필요할 때만 집을 살다가 훌쩍 떠나는 것이 자유로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행히도 인간에게는 감염이나 위생문제를 해결할 과학이 있으니 집을 재활용하는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하루 빨리 우리사회에서도 집이 소유권이나 재산권 개념이 아니라 이용개념이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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