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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새로운 세기의 도시건축_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_20181016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국립중앙박물관 박중환 학예관
■ 새로운 세기의 도시건축
조선 정조 때 지은 수원화성은 견고한 방어용 군사시설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빼어나게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당시의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군사적 방어시설로서 튼튼하게 지을 뿐 아니라 미려한 외관까지 갖추기 위해 부심하고 있던 임금을 향해 신하들의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이때 정조께서 말합니다. “아름다운 것이 곧 힘이 되느니라.”
요즘은 선진국의 도시들을 여행하다보면 이건 우리만 못하다고 여겨지는 구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러움을 숨길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개성있고 기품있는 그들의 도시 건축입니다. 그것들은 수백년, 수천년 축적된 문명의 유산이고축적된 경제력의 산물일 터이지만 그들이 자기들의 도시를 장엄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처럼 만들겠다고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자랑거리입니다.
건축 도중에 설계도가 분실되어 전체 건물을 완성하는 데 무려 600년이 넘게 걸렸다는 쾰른의 대성당과 같은 건물을 바라보노라면 장엄한 느낌마저 듭니다. 새로운 건축물 하나가 침체된 도시를 살려 낸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라 도시의 생명을 되살려낸 혼과도 같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뒤덮고 있는 회색빛 구조물들을 보며 걱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건축의 소재가 천편일률 시멘트로 획일화되어 있고 끊임없이 지어지는 아파트를 비롯한 콘크리트 건물들은 하나같이 개성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돌과 나무를 비롯한 건축의 자연소재들은 이미 도시에서 밀려난지 오래이고 전통의 한옥 건축물들도 실생활에서 멀어져 갑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수원화성의 건축에서 보듯이 우리에게도 혼이 깃든 건축물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없지 않았습니다.
식민지배와 전쟁이 끝난 지 벌써 수십년, 시멘트로 뒤덮은 회색빛 도시를 언제까지 끝없이 넓혀나가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이젠 사람과 자연의 공존, 그리고 개성이 살아있는 건축물을 하나라도 세워서 새로운 세기의 도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물 그것은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남겨줄 경쟁력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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