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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한글로 지킨 정신, 한글로 이룰 세상_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이동순 교수_20181009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이동순 교수
■ 한글로 지킨 정신, 한글로 이룰 세상
언어는 존재의 집입니다. 언어는 존재를 증명하는 거처이기에 말하는 사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언어, 우리의 말은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혼을 담고 있습니다. 음과 뜻이 달랐던 시간으로부터 언문일치의 시대를 열기까지 500년이 넘는 시간을 우리들은 잘 지키고 가꾸어 왔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언어와 문자가 달라서 생기는, 언어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백성 모두가 쓰고 읽을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했던 세종대왕. 저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이 단순히 문자의 창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곧 중국 한자로부터 독립선언이며, 임금과 백성들이 동등한 존재임을 역설한 평등의 실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왕권의 시대임에도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 반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상소문에는 중국에 대한 사대의 예가 아니며, 성리학의 쇠퇴를 우려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사대부들의 독점적 지위를 잃고 싶은 않은,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자 한 차별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세종대왕의 독립정신과 평등정신에 위배되는 상소문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의 이런 독립정신과 평등정신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어학회가 이어갑니다. 일제는 민족의 혼과 백성들의 앎을 방해하여 식민으로 만들기 위헤 민족어인 한글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지식인들이 조선어학회를 만들어 한글을 연구하고,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만들고, 조선어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고문도 감옥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한글을 지키는 것이 바로 조선을 지키는 것이었고,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무기였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독립선언이었고, 한글은 바로 조선(조국, 민족)이었습니다.
올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장에는 통역이 없었습니다.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서로 통하지 않을 것이 없다는 것을, 분단 70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의 언어, 우리의 글자인 한글로 말입니다.
훈민정음 창제와 한글 사용이 외세로부터의 독립이었다면, 이제는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통일의 길에 한글이 있습니다. 오늘은 572돌을 맞은 한글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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