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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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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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민족을 다시 생각한다_김정희 변호사_20181003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김정희 변호사

■ 민족을 다시 생각한다

개천절입니다. 단군이 우리민족의 최초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리기 위한 날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다가올 2차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70년 갈라졌던 우리 민족이 다시 평화와 화합의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민족의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기서 민족은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족’이라는 말이 나와 남의 다름의 기준으로, 차별의 칼날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이주노동자들 약 35%가 한국인 상사로부터 폭행을 당해본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가 있을 정도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고질적입니다. 특히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외국인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시선은 악의와 편견에 가득 차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늘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 외국인들이 일으킨 범죄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일 뿐입니다. 폭행, 강도 등의 일부 강력사건에서는 외국인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임금체불, 차별, 무시, 거주환경 등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을까요.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내국인을 고용하고자 하지만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의 뿌리산업을 지탱하는 토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령인구비율이 늘어나고 2030년이 되면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없이는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사회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용 세계은행총재나, 미식축구선수 하인즈 워드를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 민족이 인정받기를 원하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소수민족이 나갈 길을 열어주고 있는지, 유리천정은 없는지 의문입니다.

민족이 ‘혈연공동체’라는 뜻이라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전체 결혼 건수 중에서 국제결혼이 10~12%에 이르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혈연적 ‘민족’은 차별적 언사에 불과합니다. 언어공동체로서의 민족도 분명히 재고돼야 합니다. 말이 다른 북한의 사는 사람들, 남한의 새터민들,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 조선말을 잊은 재일동포들도 우리 민족입니다.

고조선이 수많은 민족들과 화합하고 연대했으며 고구려와 발해가 만주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들과 함께 했을 때 번성하였습니다. 벽란도에 아랍의 회회아비들이 드나들던 때 고려는 동남아의 중심이었습니다. 민족은 오늘의 공동체를 화합으로 이끄는 수단이 되어야 하지 차별의 도구가 되어서 아니 될 것입니다. 민족은 지리, 역사와 그것을 배경으로 선택되는 개인의 정체성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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